<🏫천인천색 커리큘럼을 가진 학교를 기다리며>
"지금도 우리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한 학년이 300명 정도다. 전교생이 1000명 가까이 되는 것이다. 규모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거대 조직이다. 이 정도로 큰 조직은 학교 외에 회사와 군대밖에 없다.
학교 규모가 큰 것은 교육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많은 사람을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 모아놓고 한 번만 강의하면 선생님 숫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근대 산업사회가 만들어지면서 표준화와 대량생산이라는 정신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이다."
경영학 개론의 맨 첫머리에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과 베버의 관료제가 등장합니다. 근현대의 혁신을 이끈 수많은 회사들이 차용한 방법이자, (많은 대안적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전통의 조직관리론입니다. 표준적으로 교육받은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학교 시스템은 테일러리즘을 통해 성장한 근대 산업사회를 뒷받침하는 주된 축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지금, 어느덧 '인강'은 학생들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맥없이 닫혀있는 교문을 보며 현재까지 굳건히 유지되어 온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이 시대에 적합한지에 대한 의문은 점차 늘어만 갑니다.
수백, 수천 명 규모의 학생들의 한꺼번에 모여 돌아가도록 설계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변화가 필요합니다. 오프라인 중심의 학교 체제 속에서는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혁신을 이끌 세대가 생겨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물론 한 국가의 교육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개별 회사들의 변신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이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진행되어야 하기에, 시대에 맞는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회적인 논의는 더 빨리 시작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도 싶습니다.
장기적인 눈으로 보면, 기업의 성장 잠재력도 결국 그 기업이 뿌리박고 있는 공동체의 교육 수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니까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어도, 교육 문제에 완전히 관심을 끊기 어려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