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패션 에디터가 본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 #5 지금 교토에서 가장 힙한 공간, 신풍관 & 에이스 호텔 교토 : SPI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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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날이 되어 호텔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난 머리를 한대 ‘띵!’하고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건물이 생각보다 너무나 낡아 보였기 때문이다. 겉에서 본 호텔은 그냥 옛날 벽돌 건물인데, 군데 군데 난 길고 큰 창은 19세기 유럽 스타일의 둥근 마감이었고,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브라운 컬러의 건물엔 한자로 무심하게 ‘신풍관(新風館)’이라고 씌여 있었다. 호텔쪽 외벽은 큰 나무판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그건 마치 옛날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거대한 군함을 상상케 했다. 솔직히 ‘힙’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흠... 완전 옛날 건물에 교토를 조금 입혔군!"하면서 안으로 들어가는데, 또 한번 머리 속에서 ‘띵!’하고 소리가 울렸다. 분명히 외부는 크게 볼 것 없는 옛날 건물에 불과 했었는데, 안은 ‘힙함’ 그 자체로 무장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안쪽 갤러리 공간에는 팝 아트와 일본 미술의 경계에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고, 스타일리시한 젊은 친구들이 바로 그 ‘스텀프타운(Stumptown) 커피’를 들고 로비 라운지에 시크하게 앉아 있었다. 로비에선 당장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싶은 ‘라운지 음악’이 쿵쿵 울려 퍼지고 있었다." "로비를 지나 안쪽 중정 으로 나오니, 이번엔 또 다른 자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곧 새가 날아와 지저귈 듯, 나무가 정갈하게 심어진 모던한 일본식 정원에 트렌디한 감각을 더한 쇼핑과 레스토랑을 위한 공간이 다시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안쪽으로 오픈 된 공간 사이사이에는 지금 한창 핫한 프랑스 브랜드인 ‘메종 키츠네’와 ‘메종 키츠네 카페’, 그리고 교토의 터치가 한껏 들어간 디자인만을 모아 놓은 ‘빔스 재팬’, 그리고 술빙수를 파는 디저트 바인 ‘타스키’ 등이 입점해 있었다. 하나같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 뿐이었다." "에이스 호텔의 직원들은 아주 적당한 선의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마치, 클럽 메드의 'GO'를 연상시키는, 친구의 배려와 같은 과하지 않은 기분좋은 접객 서비스였다. 외국인 직원들이 많아서 인지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의 호텔이어서 가능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서비스의 질이 태생부터 다르게 느껴졌다." "1926년 교토 전화국으로 처음 만들어진 이 건물은 2001년 종합 상업 시설로 바뀌게 되기까지 전화 교환국 사무실이었다. 이 오래된 건물의 뼈대와 외모와 규격을 그대로 살려둔 채로 오픈을 한것이 ‘구 신풍관’이며, 2020년 6월, 에이스 호텔과 함께 새로운 신풍관이 오픈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설계를 맡게 된 사람이 바로, 일본에서 너무나 유명한 건축가인 쿠마 켄고(隈研吾)다." 코로나가 끝나면 어느 곳에 가장 가고 싶은지를 요즘 자주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교토로 정했다. 글과 사진으로만 보아도 마음이 들뜨는 '에이스 호텔 교토' 때문에.
2020년 8월 30일 오후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