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 씬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의 근원적인 원인 중 하나는 이것이다. 기업가 정신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마구잡이로 스타트업 창업가라 칭하면서 selfish spoiled child를 양산해내기 때문이다. 아니 거창하게 기업가 정신까지는 기대하지 않고 최소한의 인성과 비즈니스 매너라도 탑재한 창업가를 키워줘야 하는데 그 부분을 가볍게 넘긴다. 대신 창업가를 무슨 영웅인 양 띄우고 사업하면서 겪는 일들을 영웅이 가야 하는 길로 포장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고 하다못해 주위에 피해를 줘도 사기나 불법을 저질러도 영웅이 겪어야할 고난의 과정이라 말하며 창업가들끼리 이해관계자들도 함께 서로서로 다독거리고 응원할 정도다. 영웅이 가는 길의 끝은 사업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비싼 값에 얼마나 잘 팔았나로 칭송한다. 팔면 끝! 잘 팔고 나면 연쇄창업가 호칭을 받아 또 잘 팔거리를 만들거나 성공적인 창업가라면서 후배 창업가들을 키운다고 한다. 한마디로 창업가는 있지만 사업가는 없는게 스타트업 창업 바닥이다. 그러니 결국엔 창업가는 부자가 되어도 사업은 엉망, 고객, 직원이나 마지막 투자사나 인수사가 바보 되는 일도 허다하다. 투자사와 인수사야 투자에 대한 책임이라 번외로 해도 직원과 고객, 지원사업에 피 같은 돈을 세금으로 낸 사람들은 이용만 당한거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가나 이해관계자 모두 다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메세지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조금은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은 양해를 부탁한다. 사업이 잘되면 돈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그것은 칭송한다. 사업을 어떻게 잘 포장해서 호구에게 잘 팔까를 고민하는 것을 혐오할 뿐이다. 창업가가 아니라 사업가를 만나고 싶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아니라 스타트업 사업가라는 호칭을 쓰고 싶다. 난 창업가를 키우는 건 관심 없다. 사업가를 육성하는게 목표다. 일단 나부터 스타트업 '창업가'라는 호칭을 필요할 때만 쓰는 것으로 자제하고 스타트업 '사업가'라고 말하고 다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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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9일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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