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기분이 전부다

왠지 모르게 일이 잘 풀릴 때가 있다. 왠지 모르게 기분을 잡쳐서 하루를, 한주를, 한달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이유 없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이유 없이 에너지가 넘치기도 한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이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변수가 떠오르지는 않는다. ‘기분’을 제외하면 말이다. 앉아있는 의자의 온도가 따뜻하다면, 앉아있는 이는 방에 들어온 사람을 우호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악수를 하면 상대의 체온이 느껴져 더 친근하게 느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미국에서 알고지냈던 한 지인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만날 때마다 악수를 청하는 습관이 있었다. 외부의 온도를 높여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우리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기분’을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은 ‘기분’이 전부라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을 위해 외모, 복장, 향기, 이미지, 말투, 주변환경, 주위 사람을 통제해 ‘좋은 기분’을 일으키는 감각의 제국을 건설한다. 이는 단순히 타인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좋은 기분’으로 보내는 시간이 길수록, 생각과 감정도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이들은 몸으로 깨달은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보면 ‘가심비’라는 유행어도 쉽게 설명된다. 제품의 디자인, 촉감, 질감, 향기, 느낌, 이미지와 같은 미묘한 부분은 사용자의 ‘기분’을 자극한다. 보고만 있어도, 생각만 해도 ‘좋은 기분’을 일으키는 제품 경험이 마음에 떠올라 사용가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제품은 기능을 넘어 ‘생각만 해도 좋은 기분이 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의 감각의 제국에 발을 들여놓고, 그가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 생각, 그리고 기능은 모두 기분이 좋다면 쉽게 통제할 수 있다. 곰곰히 떠올려보면, 기분이 좋을 때 드는 느낌, 감정, 생각, 기억, 아이디어가 모두 다르다. 이성중심주의 문명에 사는 우리는 논리가 중요하고 옳은 것이 있다고 믿고, 인간은 이성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인간은 기분에 좌우된다. 기분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좋은 감정과 생각이 떠오르게 되어 있다. 기분이 나쁘면,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고 도덕적으로 올바르더라도 부정적 기억, 감정, 생각을 떠올리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이 공개적인 발언에 그렇게 조심하시는 것은, 내 말이 옳던 그르든 결국 ‘기분이 나쁘면 다 끝’이라는 점을 알고 계시기 때문 아닐까. 재미있는 점은, 기분이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기에 기분만 통제하면 삶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 같지만, 무드를 통제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애초에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 ‘감각의 제국’을 만들어놓아도, 누군가는 멋진 집과 차를 가지고도 (아마 자신도 모르게) 불행한 기분으로 산다. 물리적 환경이 부족할지라도 기분이 좋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도 있다. ‘표정자본’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사람의 ‘기분’은 표정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기분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함께해야 한다. 그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돕는 느낌, 감정, 생각, 기억, 아이디어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마음이 그와 함께하니까. 날씨, 바이오리듬,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도 우리의 무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는 행성 중에서 드물게도 23도가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오늘의 날씨는 항상 어제와 다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어제와 완전히 동일한 기분을 유지할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집과 물질들은 태양, 달, 지구의 거대한 힘에 비하면 미약하지 않은가. 기분이 전부라면, 기분을 통제하는 자가 인생을 거머쥔다면, 기분을 통제하는 것은 ‘마음의 테크놀로지’가 아닐까. 외면을 통제해 ‘감각의 제국’을 만들더라도 기분의 하강을 막기는 쉽지 않다.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비틀즈는 허무함을 이기지 못해 인도의 아쉬람으로 향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도 인도를 방문했다고 알려져 있다. 세상이 불타고 있어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기술, 의지대로 기분을 연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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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7일 오전 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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