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을 모르는 열정은 좀 위험해

한참 번아웃을 느낄 때의 일이다. 좀처럼 회사일에서 만족을 얻을 수 없고, 하는 프로젝트 족족 시시하고 의미를 찾을 수 없거나, 너무 감당이 안되서 루저가 된 기분이 충만한 채로 수개월을 보냈다.


돌아보면, 디자인은 나에게 천직이라며 상당히 오랜기간 허니문 같은 커리어를 보냈다. 둔한 성격 탓인지 단순한 성격 탓인지 스트레스 하나 없이 나는 일을 진정으로 즐겼다. 게다가 워킹맘인 이들은 공감하겠지만, 나는 월요일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일 빼면 시체 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일에서 만족감과 에너지를 얻지 못했던 나는 총체적 난국이 될 수 밖에.


수개월간 좀 헤매면서 깊은 깨달음이 왔다. 내가 가진 일에 대한 열정은 경계선을 모르고 나라는 인간 전체의 아이덴티티와 삶의 퀄리티를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과 조금 거리를 두기로 했다. 일이야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 거지. 안된다고 나라는 인간이 실패한 것은 아니지 않나. 어차피 다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쿨해질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런 시련들을 감사하게 된다.


그 번아웃 끝에 회사를 옮겨보려는 시도도 해보았지만, 결국 현재 회사에 붙어있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절제된" 열정을 쏟아붓기로 한다. 인간으로써의 내 가치와 자존감을 지키는 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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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3일 오전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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