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하나밖에 없는 칼... 4代가 ‘한칼’ 합니다”
조선일보
"전만배씨는 쇠로 만드는 여러 도구 중 칼에 집중하기로 결심하고 1996년 대전에 한밭대장간을 차렸다. ‘한칼’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칼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한밭대장간의 칼’ ‘한국의 칼’ ‘하나밖에 없는 칼’이란 의미다. 칼 몸통에는 '田' 자와 방패 모양 안에 ‘HANKAL(한칼)’이라고 로고를 새겼다. 2006년에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 ‘지사’를 냈다." “칼 갈면서 아버지와 다른 나만의 개성을 만들고 싶었어요. 마감 퀄리티(품질)를 다르게 합니다. 아버지가 간 칼을 보면 마감이 아주 좋지는 않아요. 반들반들하지 않아. 저는 새 칼처럼 보이게 마감해요. 특히 비싼 칼은 반짝반짝 거울처럼 빛나게 경면(鏡面) 처리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손님들이 좋아하죠. 아,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아버지는 ‘마이웨이(my way)’예요. ‘내가 하는 게 맞으니까 너희는 따라서 해’ 이런 게 있어요. 저는 ‘타협’입니다. 일단 손님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줘요. 그러고 나서 반박을 하죠. ‘제 경험상 제 방식대로 하면 이런 점이 좋다’고 하지, 제가 절대로 옳다고 말하지 않아요.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서 해드려요.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죠.” “(아버지의 목표는) 고급 칼 국산화. 시중에서 50만원대에 유통되는 칼을 ‘한칼’ 브랜드로 만들어서 30만원대로 낮추는 거지. 거의 완성 단계에 왔어.” "(아들의 목표는) 칼 만드는 과정은 쇠를 때려서 대강 형태를 잡는 ‘함마(해머·hammer)’, 칼 모양을 잡고 전 과정을 총괄하는 ‘대장’, 그리고 연마 3단계로 크게 나눠요. 대장간을 계속하려면 모든 과정을 알고 원천 기술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들이 10년 동안 충분히 벌어놓고 유럽이건 미국이건 해외로 나갔으면 좋겠어. 그쪽에선 칼갈이가 최고 전문 직종이잖아. 하지만 우리처럼 칼 가는 건 세계 어디에도 없어. 우리 연마 기술을 보여주고 돈도 벌고 성공했으면 좋겠어.” 4대째 대장장이 집안으로 칼갈이로는 국내 최고를 다툰다는 '한밭대장간’ 이야기. 정작 이 대장장이 부자(父子)에게 '4대째 대장장이'라는 타이틀은 큰 의미가 없어보였다. 그보다 전수 받은 기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 발전시키고, '한칼' 브랜드를 더 다듬어가며, 우리 기술로 해외까지 진출하겠다는 목표에 더 관심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더 대단해 보였다.
2020년 9월 13일 오후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