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vol.24 ]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이럴 때 추천해요 : "책에 대한 기분 좋은 반전과 마주하고 싶을 때"


01 .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불리는 '돈트 북스(Daunt Books)'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네. 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그 에코백에 쓰인 Daunt Books가 바로 이곳입니다.) 어떻게 작은 독립서점이 영국을 상징하는 장소 중 한곳이 되었는지, 어떻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에서도 그들이 만든 굿즈를 명품처럼 소비하는지를 취재한 기사인데 시간 가는지 모르고 한 번에 훅 읽어 내려갔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기사는 다음번에 한 번 제대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02 . 그러다 혹시 영국의 책 문화에 관해 소개한 책이 있을까 싶어 인터넷 서점 사이트를 뒤적뒤적 거리다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이란 책입니다. 이 작품의 부제는 '영국의 책 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인데요, 제목과 부제에서 말해주듯 영국의 책 문화를 들여다보는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실상은 책이 어떻게 사회의 근간이 되어주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03 . 제가 받은 첫인상은 '오호, 책이 유통되는 과정이나 도서 산업의 전반을 훑어보는 내용인가?'라는 느낌에 더해 '책 한 번 써보자는 의지가 만연한 요즘 좋은 독립출판문화를 소개하는 책이려나?'라는 기대가 더해졌는데, 웬걸요. 이 책은 왜 영국이 이야기라는 문화에 빠져들었는지, 그게 어떻게 돈을 버는 산업이 되었는지, 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는 어떤 사람들인지, 찰스 다윈이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어떻게 '종의 기원'을 구성하고 발표하게 되었는지, 그런 사람들의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보존하고 이어가고 있는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04 .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한 것에 비해 정말 높은 몰입감을 선물해 주는 책이자 꽤 쏠쏠한 지식들로 흠뻑 적셔주는 책이죠. (사실 몇 페이지 짜리 책인지 안 보고 주문했는데... 얇은 에세이 집일 거라 생각한 기대와는 달리.. 344쪽이더라고요..하하) 따라서 그저 책이라는 산물보다 이야기라는 문화가 궁금할 때 저는 이 책을 한 번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영국이라는 그 클래식한 나라의 매력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없이 흥미롭게 읽을 것 같고요.


05 . 저는 제 기대를 기분 좋게 바꿔놓는 책을 좋아합니다. 한 권의 책을 골랐다면 당연히 그 안에는 기대와 예측과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이들은 우리가 실제로 읽어가는 그 시간 동안 기대라는 그물 안에 고스란히 담겨오기도 하고 넓은 틈망 사이로 휙휙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책을 완독한 후에 그 그물 속에 담긴 것들이 꽤 흥미롭고 유용한 것들이라면 사실 성공한 독서이자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는 거 아닐까 싶어요.


06 . 그러니 혹시 이 책을 읽게 되신다면 첫 장을 넘기기 전에 스스로 몇 가지 예측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기획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우리가 여행을 가기 전에 단편적인 정보들로 그 도시를 상상해 보는 것처럼 내가 받은 첫인상으로 그 책이 어떤 경험을 줄지 상상해 보는 거죠. 때로는 예측과 반전을 오가는 그 경험 사이에서 우리의 생각이 더 깊어지고 더 또렷해지는 순간과 만날 수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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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30일 오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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