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운 날도 2만 보를 걷나요? 네!
Brunch Story
1. 가끔씩 사람들이 묻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도 2만 보를 걷냐?”고.
2. 그러면 무심한 듯 대답합니다. “당연히요!”
3. ‘뉴스레터 구독자가 2만 명 될 때까지 매일 2만 보를 걷겠다’는 하찮은 농담에서 시작해서, ‘매일 2만 보 걷는 챌린지’를 한 것이 어느새 2년이 넘었는데요.
4. 물론 2만 보를 못 걸은 날도 며칠 있었지만, 못 걸은 날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매일 2만 보를 걸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한파가 몰아치나 말이죠.
5. 그러면 사람들은 신기하게 물어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하냐?”고. “무슨 비법이나, 특별한 신발이나, 아이템 같은 게 있냐?”고.
6.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런 건 없습니다. 그냥 하는 거죠 머.
7. 다만, 이 정도의 생각은 합니다. 뇌과학은 잘 모르지만, 인간의 뇌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그게 어려운 이유를 계속 떠올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고 하니, 어떤 상황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자고요.
8. 그런 마음을 먹으니, 실제로 걸을수록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더라고요. 너무 추울 땐 바지를 2개 입기도 하고, 양말도 두꺼운 울 양말을 신고, 귀까지 가리는 안면 마스크를 쓸 때도 있습니다.
9. 그렇게 이 짓도 2년 하니, 비 올 때, 태풍이 불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나름의 방법론이 생겼고, 무더운 날 햇빛을 피해 걷는 산책로도 생겼어요.
10. 그러면서 알게 된 게 있습니다. “‘해낸다’는 생각으로 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고요.
11. 물론 그렇다고, 자만에 빠져서 무모한 짓을 하거나 무리하면 안 되겠지만요. 필요한 상황에서 적당히 잘 쉬는 것 또한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도 생각하고요.
12. 무튼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 중에는 오로지 ‘2만 보’라는 숫자를 채우기 위해 매일 걷는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요. ‘2만 보’라는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 그 숫자를 위해 걷지는 않습니다.
13. 저는 걸으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생각을 다듬는 과정 그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고,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풍경들에서 세상의 변화를 체감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새로운 길, 새로운 공간,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고요.
14. 뿐만 아니라, 식후 산책은 혈당 스파이크를 낮춘다고 하니, 요즘은 건강도 챙길 겸 식후에는 가급적 조금이라도 걸으려고 합니다.
15. 무엇보다, 저는 바쁜 와중에도 정신을 놓치 않고, 하루를 걸으면서 마무리할 때 오는 묘한 성취감을 좋아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2만 보’라는 숫자는 이 성취감을 북돋아주는 그저 랜드마크 같은 숫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16. 그래서 ‘2만 보’라는 숫자는, 뉴스레터 구독자가 2만 명을 넘으면 1.5만 보로 바뀔 수도 있고, 거리수로 그 기준이 바뀔 수도 있겠죠.
17.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하루 목표 걸음수’를 정하고, 이를 성취하게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몰랐던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의외로 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18. 걷기는 별 준비 없이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고, 목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를 땐 ‘1만 보’를 라운드 피겨(round figure)로 삼으면 되니까요.
19. 그리고 냉정한 말이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하루 1만 보도 꾸준히 못 걷고, 못 성취하는 데, 그보다 더 위대하고 어려운 일들을 과연 성취할 수 있을까’에 대한 약간의 의문도 있습니다.
20. 그런 의미에서 TMI지만, 추우나 더우나 매일 자신의 걸음수를 인증하면서, 가끔씩 만나 번개도 하는 '늴리리만보 걷기 리츄얼 2024년 1~2월 시즌'이 오픈되었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다들 내년도 화이팅입니다 ;)
https://brunch.co.kr/@somewonyoon/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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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3일 오전 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