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가동률은 실제 100%에 가깝습니다.

가동률은 ‘활용자원/가용자원*100%’으로 계산합니다. SI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인력 가동률’은 중요한 평가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전체인력이 100명인데 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이 70명이면 프로젝트 투입률은 70%입니다. 여기에 프로젝트 제안에 투입된 인력이 10명이면 프로젝트 가동률(프로젝트 투입률 + 제안 투입률)은 80%가 됩니다. 회사 입장에서 나머지 20%의 인력은 놀고 있는 인력이기 때문에 효율을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 또는 제안작업 투입을 위해 노력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프로젝트 가동률이 80%가 되면 신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투입할 사람이 부족합니다. 왜냐하면 비가동 20명은 다음과 같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 제안서 제출 이후 결과를 기다리는 인력 : 8명 

• 고객 사정으로 프로젝트 계약이 지연되는 인력 : 5명 

• 1년 동안 수행한 프로젝트에서 지난주 철수 한 인력 : 4명 

• 개인 사정으로 임시 휴직/휴가 (육아휴직, 출산휴가, 장기근속 휴가 등) : 3명

 

위에서 설명한 20명 중 당장 프로젝트에 투입 가능한 인력은 4명입니다. 그나마 1년 동안 프로젝트를 수행한(직전까지 프로젝트 종료를 위해 업무강도가 높았던) 인력에게 2주일도 쉬지 않고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하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 적정 가동률을 유지해야 하는 사례


업무에 따라 자원의 적정 활용률은 다르지만 높은 수준의 자원활용을 추구하면 대부분 문제가 발생하고 변동상황 발생시 대처가 어렵습니다. 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 코로나 위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 가동률

위중증 환자의 병상 가동률은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중요한 지표인데 병상 가동률이 80%가 되면 실제로 가용한 병상이 없는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나머지 20%의 병상은 퇴원수속, 입원수속 등의 사유로 응급환자가 즉시 입원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 CPU 활용률 

정부기관의 정보자원 효율성 측정기준에 따르면 공동활용 서버의 CPU 활용률이 80% 이상이면 과다, 20%~80%는 적정, 20% 이하는 여유로 판단합니다. 전용 서버의 CPU 활용률은 70% 이상이면 과다로 판단합니다.


• 고속도로 차량 점유율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을수록 차량의 속도는 느려집니다. 고속도로 차량 점유율이 일정 수준(예:65%)을 넘어가면 차량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느려집니다. 


• 업무 집중시간

업무 집중률은 회사업무에 몰입한 시간이다. 필자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개인 경험으로는 하루 동안 6시간 정도 업무에 몰입하면 더 이상 지속적인 몰입은 힘들어 데이터 정리, 메일 답장하기와 같은 단순한 일을 해야 했습니다. 

 

- 높은 가동률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문제


개발조직 가동률의 예에서 경영층이 비가동률 20%를 낭비로 인식하고 이를 줄이라는 지시를 한다면 관리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프로젝트나 제안서에 투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가동률이 낮은 조직에서 인력을 투입할 업무를 만들지 못하면 가동률이 높은 조직으로 인력을 이동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가용자원을 줄여 가동률을 높였는데 수주확도가 낮았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 상황은 역전이 되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됩니다.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다른 프로젝트나 제안에 투입된 인력을 빼지 않으면 신규로 수주한 프로젝트의 착수가 지연되고 이로 인해 고객의 불만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도 저도 안되면 다른 부서로 이동했던 인력을 다시 복귀해야 합니다.

 

업무규모의 편차가 큰 조직에서는 이런 문제는 공통으로 발생하며 업무가 많은 시기와 적은 시기의 차이가 클수록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아마존은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하루동안 폭주하는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확보한 서버들을 활용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통제 가능하지 않는 외부의 수요를 조직내부의 균등한 자원활용으로 대응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가동률을 무리하게 높였을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순위가 낮고 중요하지 않은 일을 수행합니다. 

가동률을 중요시하면 각 조직의 관리자는 조직원들을 바쁘게 만들기 위해 업무를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우선순위가 낮은 업무를 만들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주 확도가 낮은 제안에 투입합니다. 이때 보다 중요한 제안이 발생할 때 투입할 인력이 부족합니다.  

 

부서 간 협업이 어려워집니다.  

각 부서들이 높은 가동률을 추구하면 부서 간 협업이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 아키텍처 부서나 UX 부서의 가동률이 높아지면 신규로 발생하는 프로젝트에서 아키텍트나 UX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집니다. 아키텍처 부서나  UX  부서에서는 일감이 쌓여 있으니 좋을 수 있지만, 회사의 업무 속도는 이 두 부서 때문에 느려집니다. 

 

업무 속도가 느려집니다.

개인의 가동률을 중요시하면 개인이 업무를 빨리 끝낼 이유가 없습니다. 너무 티나지 않을 정도로 늦지 않으면 됩니다. 외부에서 볼 때 1년 내내 일이 끊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개인이나 조직의 입장에서는 유리합니다. 따라서 일이 끊기지 않을 만큼 일의 속도를 조절합니다. 그 결과 바쁜 것처럼 보이는 것(busyenss)이 중요한 업무(business)가 됩니다.  (톰 드마르코의 표현으로 기억합니다.)

 

미래에 발생하는 인력수요를 일정기간(예 6개월) 전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가동률 최적화는 쉬워집니다. 그러나 현실의 업무는 그런 예측이 어렵습니다. 수주가 확실했던 제안이 실주하고, 갑자기 특정 직무의 인력(예:ERP) 수요가 급증하여 해당인력의 확보가 어려워지고, 계약은 체결했는데 고객사 사정으로 프로젝트 착수 지연되는 것은 현실에서 다반사입니다.

 

- 적정 가동률을 유지하는 방안


가동률은 높아도, 낮아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동률을 높이면 인력이 부족하거나 업무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가동률이 낮아지면 수익성이 나빠집니다. 적정 가동률을 결정하고 유지하기 위해 고려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업무 규모를 작게 하여 변동의 크기를 줄입니다. 

업무(프로젝트) 규모가 클수록 자원에 대한 변동은 커집니다. 대형 프로젝트를 착수할 때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대기인력이 많아집니다. 안정적인 인력운영을 추구한다면 이런 업종 또는 이런 프로젝트의 의존도를 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부 프로젝트는 업무를 쪼개어 몇 개의 프로젝트로 나누어 진행하면 변동이 줄어듭니다. 

 

 외부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가동률을 결정합니다. 

외부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가동률이 적정한지 결정하여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방안입니다. 적정 가동률은 조직의 과거 경험이나 통계를 참조하여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투입률이 75%를 넘어서면 인력운영의 적신호로 인식하고 대비하는 것입니다. 수익성을 달성하기 위해 부작용이 있는 가동률을 관리하는 것보다 적정 가동률을 제약조건으로 설정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방법입니다. 그러한 방안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합니다. 

 

 외부조직을 활용하여 예상하지 못한 변동에 대응합니다. 

업무가 많을 때를 기준으로 내부인력을 운영하면 고정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적정수준의 내부인력 규모를 정의하고 자원수요의 변동사항 발생시 외부 파트너사 인력을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조직의 변동은 다른  조직에게도 변동이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파트사에게 동기부여가 됩니다. 예를 들어 여러 파트너사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인력수요를 특정기간(예 3개월)전에 통보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파트너사에 일정수준을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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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삼성 SDS에서 30년동안 경험하고 체득한 교훈을 정리한 <슬기로운 PM 생활>을 25년 1월 출간한 소식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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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일 오전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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