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과도 지지부진하고, 에너지도 없고, 다들 아이디어도 내지 않고, 프로젝트 제안서도 수준 이하고, 회사 분위기도 산만한 것 같고...도대체 문제가 뭡니까?”


대표는 직원들을 모아 놓고 오래 참았던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직원들은 고개를 떨구고 노트에 아무 말이나 적으며 그저 이 회의가 얼른 끝나기만을 바랐다. 대표가 보기에 직원들은 꽤 오래전부터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일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한편 직원들은 ‘대표의 질책이 있어도 회의 시간만 잘 넘기면 된다, 어차피 주말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회사는 돌아간다, 적당히 참고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 회사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다. 초기에는 직원들도 치열하게 일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냈다. 서로 업무에 몰두한 나머지 식사도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서야 시켜 먹기 일쑤였다.


하지만 성장 궤도에 오르기까지 대표는 모든 직원의 업무에 A부터 Z까지 의견을 내며, 직원들이 하는 업무를 일일이 점검하며 지시했고, 아주 사소한 업무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김 과장, 제가 알려준 내용대로 하지 않고 왜 다르게 했나요?” 대표는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알려줬는데,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것을 보고 언짢아하며 날카롭게 물었다. 김 과장은 VOC와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더 잘하려고 했던 일인데 오히려 질책을 받아서 기분이 상했다.


결국 직원들은 대표에게 정답이 있으며 작은 결정도 무조건 대표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점점 더 주도적으로 일하기를 꺼리게 되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해도 대표가 보기에는 늘 부족해 보여서, 칭찬은 고사하고 원망만 듣게 되니, 다들 대표가 원하는 대로만 적당히 요령껏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 내 구성원들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서적으로 몰입된 상태를 ‘조직몰입’이라 한다. 몰입된 구성원은 자기 일, 동료, 조직에 높은 수준의 유대감을 느끼며, 구성원의 자발적 헌신과 열정을 수반한 조직몰입은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


조직 구성원의 몰입을 저해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리더의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다. 모든 업무에 리더가 개입해서 사소한 부분까지 결정하고 세세하게 자주 보고 받아야 안심하는 리더는 구성원이 자기 일에 책임과 권한을 갖지 못하도록 만든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리더가 원하는 업무 방법, 방향성을 이미 정답처럼 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계속되면 구성원들은 ‘리더가 어차피 바꿀 것이고, 리더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처리될 것’이므로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만 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직원의 자발성, 창의력, 일에 대한 책임감, 동료와 조직에 대한 유대감은 사라지고, 직원들은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몰입에 있어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헌신과 열정은 필수 요소인데, 리더가 칭찬과 인정에 인색하고 감정적인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직원들의 스스로 일하고자 하는 욕구는 남아있기 어렵다.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몰입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우선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경계해야 한다. 조 직 구성원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가령 ‘그 업무에 대해서는 김 과장이 저보다 전문가이니까 더 잘할 거라 믿어요’와 같이 직원을 신뢰하며 권한을 위임하거나, ‘고객과 직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군요’처럼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듣고 인정하는 리더의 말 한마디로 직원의 업무 몰입을 끌어 낼 수 있다.


리더는 직원이 자발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수시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도록 소통해야 한다. 직원마다 업무에 몰입하고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이른바 ‘내적 동기’가 다른데, 직원이 어떤 요소에 동기부여를 받아 열심히 일하는지 파악해서 직원들을 고무시키는 것이 바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직원이 몰입할 수 있도록 성과에 대해 공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이 역량을 발휘하고 몰입해서 좋은 성과를 냈을 때, 리더가 칭찬하고, 인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주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경우 직원은 계속 몰입할 수 있다.


역으로 ‘공정성 이론’을 빌리자면, 직원이 ‘나는 50만큼 일했는데 보상은 10밖에 안되네?’ 또는 ‘나는 50만큼 일했고 다른 직원들은 20만큼 일했는데, 보상은 똑같이 10만큼 받네?’라고 느끼는 상황이 지속될 때, 직원은 투입 대비 결과가 불공정하다고 여기며,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점점 10만큼만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리더의 역할은, A부터 Z까지 일에 몰입하여 리더 개인의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을 일에 몰입하게 하여 팀의 성과를 내는 것이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각자 본인의 업무에 책임감과 열정을 갖고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주도성을 부여하고, 장애물을 제거해주며, 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시키는 것보다 스스로 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몰입하도록 만드는 일에 몰입하는 리더가 되어 보면 어떨까?

[최인녕 더봄]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직원, 혹시 리더의 이것 때문?

여성경제신문

[최인녕 더봄]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직원, 혹시 리더의 이것 때문?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4년 3월 23일 오전 10:53

댓글 0

    함께 읽은 게시물

    1인 개발자, 5년동안 개인앱 150개 이상 만들기


    ... 더 보기

    1인 개발자, 5년동안 개인앱 150개 이상 만들기

    프로그래밍좀비

    1인 개발자, 5년동안 개인앱 150개 이상 만들기

    분량

    

    ... 더 보기

    조회 407


    웹 개발에 대한 말말말 👨‍💻

    B

    ... 더 보기

    Weird things engineers believe about Web development

    Brian Birtles' Blog

    Weird things engineers believe about Web development

     • 

    저장 9 • 조회 2,917


    개발자는 개발만 잘하면 될까

    최근에 친구가 추천해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던 중 고액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들의 특징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 더 보기

     • 

    저장 14 • 조회 2,661


    < 쿠팡의 창업자를 직접 보며 배운 것: 리더의 크기가 전부다 >

    1

    ... 더 보기

     • 

    댓글 1 • 저장 22 • 조회 1,730


    < 스타벅스 컵홀더의 손글씨가 말했다: 결국은 사람이다 >

    1

    ...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