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힌다면

1. 글을 쓸 때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씁니다. 커피 한 잔이 있고, 그 사람 눈 보고 있다고 상상합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집중력이 굉장히 필요한 일입니다. 진짜로 사람이 눈앞에 있지는 않으니까요. 상상을 잘 해야 합니다. '눈앞에 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 사람과 대화하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매번 그렇게 쓰려고 노력은 합니다. 실패할 때도 많지만요. 그래도 가끔씩 성공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신기하게도 그런 마음으로 쓴 글들은 공감을 더 받더라고요. 물론 반응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2. 학교 다닐 때예요. 대충 3주 정도 수업을 듣다가, 각이 안 나오면 드랍을 했습니다. 대충 '이건 학점 받기 쉽지 않겠다', 이런 얄팍한 마음입니다. 1주 차는 너무 짧습니다. 2주 차는 판단이 잘 안됩니다. 3주 차가 딱 적당한 시기입니다. 사람 마음이 딱 얄팍해지는 타이밍요. 딱 그때 학교에서 드랍을 열어줍니다. 동시에 안도감도 생깁니다. 차라리 잘 됐다. 이 시간을 '아꼈으니' 차라리 다른 수업들에 집중하자. 이런 얄팍한 마음으로 합리화를 했죠. 정작 그 시간을 비워두고 다른 수업들에 집중했냐? 스스로 물어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드랍하지 않고, 노력했으면 졸업을 한 학기는 더 빨리했을지도요? 어떤 의미에서 학교가 제도를 참 잘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마음이 적당히 얄팍해질 때, 드랍을 열어줬거든요. 저같이 얄팍한 마음들이 많았을까요? 저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면, 학교는 돈을 조금 더 벌었겠네요.

3. 70점이 제일 싫었습니다. 애매한 점수라서요. 100점이면 100점. 0점이면 0점이지요. 70점은 뭔가 한 것도 아니고, 안한 것도 아니고.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80점은 뭐라도 조금 한 느낌? 90점은 열심히는 했는데 잘 한 느낌은 아닌? 70점은 뭐라고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60점은 뭐라 해도 될 것 같은 점수거든요. 70점은 참 애매합니다. 그 애매한 게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60점보단 70점이 좋긴 합니다. 얄팍하네요.

4.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왤까요? 끝내주는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공감을 많이 받고 싶나 봅니다. 좋아요 중독인 거죠. 사실 좋아요 보다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걸지도요. 어쨌든 좋아요는 '하트' 모양이니까요. 다만 그렇게 하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썼다, 지웠다 반복도 참 많이 합니다. 머릿속에서도 몇 번을 지우고요. 폐기처분하는 글도 많습니다. 왜 폐기처분하느냐? 명분은 더 잘 쓰겠다 인데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핑계입니다. 겁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는 눈들이요. 누가 뭐라 할까 봐? 글쓰기만 그럴까요?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 생각도 했습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겠지만요. 지켜볼 수도 있고요. 제가 만든 가짜 눈일 수도 있고요.

5. 한 영상에 꽂혔습니다. 거기서 anticlimax라는 단어를 쓰는데요. 이 단어가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절정까지 가는데, 딱 거기까지만 가는 겁니다. 의도적으로요. 클라이막스를 찍을 수 있는데. 눈앞에 보이는데. 하면 할 수 있는데. 굳이 안 하고. 다른 데로 넘어가는. 그 쿨함이 엄청 멋지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왕 할 수 있으면 끝까지 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할 수 있는데 안 한다... 나는 이게 왜 쿨하다고 느낄까?' 이 질문에 대한 저만의 답은 이렇습니다. 하나를 끝까지 했는데, 잘 안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게 무서워서 괜히 마음에 방어기제를 하나 두는 거죠. 괜히 이름을 붙이는 거지요. anticlimax 라고요. 나는 할 수 있는데, 굳이 안 한 거라고. 그러면 마음은 편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그 마음이 공감 돼서 쿨하다고 느꼈나? 싶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요.

6. 모순. 하루에도 감정이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 합니다. 생각도 그렇고요. 이것도 저고요. 저것도 저지요. 내일의 저도 오늘의 저도, 어제의 저도 다 '저'지요. 하나의 모습일 수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여러 가지 모습들의 종합이 다 저입니다. 어차피 하나로만 순수할 수가 없으니, 모순된 게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 섞인 것들이 어쩌면 가장 순수한 모습이겠거니 생각도 합니다.

이런저런 머릿속 생각들, 메모들을 정리했습니다. 글의 순서는 시계열이 아닙니다. 글 읽으신 모든 분들, 오늘도 멋진 하루 시작하세요. from my iphone memo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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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1일 오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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