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의 행복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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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여럿이라도 속마음은 다 다릅니다. ‘이놈의 버스가 왜 아직 안 오나’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잔소리만 안 들었어도 벌써 갔을 텐데’ 남 탓하는 사람도 있고, ‘이렇게 뜸하게 오면 다음 차에는 사람이 엄청 많을텐데’ 미리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리나 그 와중에도 여유를 즐기는 사람도 있어요. ‘어차피 내가 안달한다고 버스가 더 빨리 오는 것도 아닌데’ 느긋하게 기다립니다. 마침내 도착한 버스에 사람이 빽빽하게 있더라도 ‘이렇게라도 타고 가니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요.
결국 이런 순간 순간들이 이어져서 인생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순간들을 불안해하고 조바심치느라 놓쳐버리고 뒤늦게 후회합니다.
조건이 나쁠 때는 좋아지기만을 바라느라 눈이 멀고, 조건이 좋아지면 이제는 그 좋은 조건이 사라질까봐 전전긍긍합니다. 그러느라 한번도 제대로 행복해보지 못한 사이에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하루는 한 신도가 이렇게 말했어요. “스님, 제가 지금껏 절에 다니면서 불전함에 돈을 수도 없이 넣었지만 아무 효과가 없더라고요. 만약에 만원을 넣어 백만원이 돌아온다는 보장만 있으면 얼마든지 더 넣을 텐데 말이죠.”
만원 넣고 백만원 받기를 바란다면 그건 투기심에 지나지 않습니다. 꼭 돈 욕심이 아니어도 우리가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기도하는 내용도 이와 비슷해요. 노력은 조금 하고 대가는 크게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성적도 부족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는 자식을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잖아요.
노력은 적게 하고 결과는 크게 받으려는 것은 도둑놈 심보에요. 나 대신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 뜻이니까요. 공부 못하는 내 자식이 좋은 대학에 붙으려면 공부 잘하는 누구네 자식 한 명이 떨어져야 하잖습니까? 이런 기도는 이루어질 리가 없어요. 이뤄지지 않는 게 마땅한데 자기가 헛된 욕심 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부처님을 원망하고 하느님을 탓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힘으로 쉽게 될 것 같지 않은 일을 바랄 때 기도합니다. 그러다보니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지요. 세상살이가 우리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원하는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원하면 다 이루어진다”는 말은 환상이고 욕심이에요. 이때 원하는 것에 매달려 울고불고 불행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그런 가운데서도 행복하게 살 것인가. 이것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자기가 선택한대로 사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는 것은,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생이 괴로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때 괴로운거지, 이런 생각이 없다면 이루어지면 좋고, 안 이루어져도 그만이에요. 이치를 알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때론 실패도 하고 때른 좌절도 해야 굳건한 성장을 합니다. 식물도 계속 웃자라기만 하면 열매도 못 맺고 도중에 꺾이지 않습니까? 어떤 일이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그 과정에서 이미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내가 원하는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되는 게 행복이고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루어지기만을 바라는 마음을 움켜쥐고 있으니까 당연히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생기는 거예요.
세상에 나를 괴롭히는 사람, 고통에 빠뜨리는 사람, 불안하게 하는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내가 과거의 나쁜 기억을 놓지 않고 마음 속에 깊이 품고 있어서 생긴 문제예요. 그것을 자각하는 데서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열등감과 우월감은 뿌리가 같아요. 모두 삶의 기준을 타인에게 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산 어디를 둘러봐도 베어다가 바로 기둥으로 쓰기에 좋은 나무는 없습니다. 아무리 튼튼하고 색깔이 좋아도 손질하고 다듬어야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러니 잘 맞추어서 같이 지내볼 생각을 하면 누구와도 인연을 맺을 수 있지만, 한눈에 딱 맞는 사람을 찾으면 천하를 둘러봐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꽃은 벌에게 꿀을 주고, 벌은 꽃가루를 옮겨 꽃이 열매를 맺게 해주잖아요. 이렇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희생이란 생각 없이 남을 돕는 게 나에게도 좋을 때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가는 겁니다.
우리는 흔히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리다’ ‘나는 맞고 너는 그르다’는 분별의 관점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래서 늘 시시비비에 끌려다니고 자꾸 경계를 지어 스스로를 답답하게 묶어놓지요. 그런데 화단에 형형색색으로 예쁘게 피어 있는 꽃들은 서로의 아름다움을 시비하거나 경쟁하지 않습니다.
코끼리는 복이 많아서 덩치가 크고, 쥐는 죄가 많아서 작게 태어난 것이 아니에요. 자연에는 불평등이 없습니다.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다고 개구리는 잘못 태어나고 뱀이 더 좋게 태어난 게 아니에요. 종이 다를 뿐이에요.
인생을 살다보면 온갖 일이 다 생겨요. 사람이 죽기도 하고 파산하여 모든 돈을 잃기도 하고 엄청나게 배려해줬는데 뒤통수를 맞기도 합니다. 그것은 신의 뜻도 아니고 전생의 죄 때문도 아니고 우연히 일어난 일도 아니에요. 단지 내가 그 일의 원인을 모를 뿐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행복이란 결국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서 있습니다. 내가 시험에 합격했다고 기뻐할 때 누군가는 불합격의 쓴맛을 봐요. 내가 선거에 이겼다고 기쁨을 누릴 때 누군가는 낙선하고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입찰에서 낙찰을 받아서 즐거워할 때 누군가는 낙찰을 못 받아 골치가 아플 거예요.
대기업에 취직해 높은 수입과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고용 불안정에 낮은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일자리마서 구하지 못해 실직 상대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데 우리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립니다.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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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30일 오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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