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혹시 T야?” 이런 대화는 그만…의사소통 ‘훈련’이 필요한 겁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동아일보
“나 속상해서 빵 샀어.” SNS에서 재미삼아 MBTI 성향을 가늠해 보는 테스트로 유행했던 말이다. “무슨 일 있었어?”라고 답하면 감정을 중시하는 F(Feeling) 성향, “무슨 빵 샀어?”라고 답하면 사고를 중시하는 T(Thinking) 성향이라는 것이다.
“속상한데 빵을 왜 사?” “그만 먹어” “내 것도 샀어?” “나는 빵 안 먹어” 등 T성향의 지인에게 각종 ‘오답’을 들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상대의 감정 보다는, 사실관계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너 T야?”라고 묻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특정 성향이 더 옳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성향은 각자 다른 것이지, 맞고 틀린 게 아니다. 또 상황에 따라 감정이나 사고를 앞세워야 하는 경우가 다르듯, 각 성향마다 빛을 발하는 때와 장소가 다를 뿐이다.
오히려 이는 성향보다 ‘의사소통 능력’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언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아는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반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표현이 서툴다면 의도와 다르게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쉽다. 평소 “말이 안 통한다” “섭섭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 단지 ‘T라서‘가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모른다. 다행인 건 의사소통 능력은 훈련하면 발전할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대화의 유형은 ‘사리(事理)대화’와 ‘심정(心情)대화’로 나눌 수 있다.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사리대화보다 심정대화에 더 서툰 경향이 있다.
사리대화는 정보와 지식을 주고받는 대화다. 정보를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장단점을 논의하는 등 논리적 대화가 오가는 자리에선 사리대화가 필요하다. 심정대화는 감정을 주고받는 대화다. 공적인 자리보단 가족, 친구, 지인 등 친밀한 사람들과 사적인 영역에서 주로 이뤄진다.
두 대화 형식은 필요한 순간과 역할이 각각 다르기에 상황에 따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사적인 자리에서 심정대화가 이뤄져야 할 때 사리대화가 튀어나와 문제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저녁에 퇴근한 배우자가 “나 오늘 회사에서 진짜 바쁘고 힘들었어”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지금이 심정대화의 타이밍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오늘 많이 힘들었구나?”라고 대답할 것이다.
반면 “자기네 회사 원래 바쁘잖아” “월급 받기 쉬운 줄 알았어?”라고 답한다면 심정대화가 필요한 순간을 구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배우자는 힘든 하루를 보낸 자신의 마음을 공감받고 싶은 것이지, 돈 벌기 힘든 직장인의 숙명을 깨닫고자 말을 꺼낸 게 아니다.
심정대화는 항상 좋고, 사리대화가 항상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당혹스러운 얼굴로 화장실이 어딘지 묻는 사람에게 “많이 급하시겠어요” “화장실을 못 찾아서 얼마나 힘드실까요”라고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은 코미디다.
때와 장소에 맞는 대화를 할 줄 아는 의사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심정대화의 기본은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 답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어떤 마음일지 헤아려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엄마, 난 학교를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럼 네가 학교 안 다니면 뭐 할 건데?(사리대화)
→학교 가는 게 의미 없게 느껴지는구나?(심정대화)
“아,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
→그럼 이직 준비해.(사리대화)
→회사 생활이 힘들구나?(심정대화)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는 동료에게는 “힘들구나” “속상하구나” 등 일명 ‘그랬구나’ 화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무작정 상대의 말에 동의하라는 게 아니라, 감정을 알아주라는 이야기다.
이와 반대로 “그럼 때려치워” “그냥 관둬”라며 이직을 권유하는 것은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사리대화다. 회사생활에 지친 마음을 이해받고 싶다는 동료의 기대감을 바사삭 부수는 답변이기도 하다.
또 상대의 감정을 잘 받아주는 것만큼 내 감정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불만이 있거나 화가 날 때가 그렇다. 날카롭고 직설적인 말은 상대에게 상처가 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자신이 비난받고 통제당한다고 느껴 반항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불만이나 화를 표현할 땐 주어를 ‘너’가 아닌 ‘나’로 바꿔서 표현해야 한다. 이를 ‘나-전달법’ ‘i-Message’라고 한다. 신경질적 표현을 배제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전달법’은 ●비난이나 판단 없이 상대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그로 인해 우려되는 상황을 설명한 뒤 ●‘나는 어떠한 감정을 느낀다’로 표현해야 한다.
시험 기간에 스마트폰만 보며 공부하지 않는 자녀 때문에 화가 났다고 해보자. ‘나-전달법’을 통해 화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나-전달법’의 3요소
1) 상대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2) 앞으로 우려되는 상황을 설명하기
3) ‘나’를 주어로 감정 표현하기
→ (1)네가 공부를 안 하고 3시간째 폰을 보니까 (2)시험을 망칠까봐 (3)엄마(아빠)는 화가 난다/걱정된다/불안하다.
이와 반대로 ‘너’를 주어로 표현하면 매우 간명하다. “너 빨리 공부 안 해?” “너 왜 계속 딴짓만 하니?” 등 상대방을 비난하고 평가하는 내용이 된다. 매우 직관적이라 표현하긴 쉽지만, 듣는 사람에겐 공격으로 느껴진다.
이렇듯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은 빠르고 직관적이지만, 감정을 배려하는 말은 여러 생각의 단계를 거치는 노력이 들어간다.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롭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감정을 나누는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 곁에 오래도록 좋은 인연이 머물긴 힘들다.
가족끼리도 “도통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는 심정대화와 나-전달법 표현이 부족해서인지 모른다. ‘표현을 못하는 성격이라’ ‘표현에 서툴러서’라는 핑계는 잠시 내려놓고,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위해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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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16일 오후 12:24
Grok, ‘미소녀 AI 컴패니언‘ 애니 공개 🎀
... 더 보기1. 문제는 고쳐지고 사람들은 적응한다. 위협이 크면 해결책이 나올 동인도 똑같이 커진다.
정부는 이런 관행이 기관의 단타 매매와 새내기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의무 보유 확약 물량이 40%(올해는 30%)에 미치지 못하면 주관 증권사가 공모주의 1%를 6개월 동안 반드시 보유하도록 했다. 약 20% 수준이었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을 30%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주관사가 공모주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안게 되는 만큼 부담이 크다.
... 더 보기사업아이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스타트업과 대기업 신사업/신제품 부서 대상 교육과 컨설팅을 하면서 B2C도 중요하지만 더 큰 산업이자 시장인 B2B에서 사업 성장 가능성을 찾아야만 한다고 누누히 이야기해왔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고 AI와 딥테크가 주요 키워드가 된 이후 이제는 더이상 B2B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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