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이 갖는 삶의 태도는 ‘변화 믿는 마음’”
다음 - 데일리안
1️⃣‘실패 연구‘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제가 선택한 이 길이 맞는 걸까요?’하는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그 질문들의 밑바닥에는 삶에 어떤 정답이 있는데 그걸 발견했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이런 걸 묻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마디로 불안감이 큰 거죠.
2️⃣삶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면 거기서 괴로움이 시작되죠(웃음).
🅰️다양한 심리학적 연구를 봐도 그렇습니다. 삶에 정답은 없습니다. 늘 변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적응도 잘하고 성취도 좋다는 결과가 많습니다.
3️⃣회복탄력성(resilience)은 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즉 네거티브하게 보느냐 포지티브하게 보느냐, 이거잖아요. 사람마다 관점이 다른데 심리학이 무엇을 도와줄 수 있나요?
🅰️많은 심리학자들이 상황을 판단할 때 ‘좋다 / 좋지 않다’가 아니라, ‘앞으로 변화할 수 있다 / 그렇지 않다’고 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을 무조건 긍정하는 ‘정신승리’는 오히려 현실 인식이 없는 거죠. 무조건 노력한다고 잘되는 건 아니니까요. 일이 계속 잘 안된다는 건 전략이 잘못됐으니 수정하고 새로운 접근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실패’에도 불구하고 회복 탄력을 통해 앞으로 더 나아가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을 결정짓습니다.
4️⃣전자의 태도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너무 너무 간단해요. 그걸 믿으면 돼요(웃음). 뇌세포는 죽는 게 아니라 계속 성장하거나 쇠퇴한다는 걸 말해 주는 자료는 너무 많잖아요. 뇌는 구조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변해요. 연결망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컴퓨터는 소프트웨어가 달라져도 하드는 변하지 않지만 뇌는 하드웨어가 변하게 돼 있어요.
5️⃣왜 우리가 굳이 회복탄력성을 가져야 하죠?
🅰️인간의 여러 심리적 특성은 진화 과정에서 형성됐다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가 설명해 주는 이론이에요. 불안•슬픔 같은 감정도 나쁜 것이 아니라 삶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치 있기 때문에 갖고 있는 거죠.
그러니 없애는 걸 목표로 하기보다는 과도하지는 않은지, 혹은 잘못된 공감이나 슬픔을 느끼지는 않는지 살피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실패의 원인을 살필 때는 노력 부족이라고만 보지 말고 환경의 문제인지 전략 미스의 결과인지 따져본 뒤 그에 맞춰 수정해야 하고요.
이런 태도를 갖고 살면 전반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그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삶의 의미, 내가 지금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정서적인 행복감도 느낄 수 있죠. 성공도 중요하지만 성공을 유지하는 데도 이런 삶의 자세가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6️⃣MBTI와 같은 기준에 자신을 가두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타고난 기질이나 유전적 성향도 분명 있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형성돼 가는 ‘과정’이란 게 있는데 어떤 기준에 가두게 되면 발전이 없죠.
나는 수학이 적성에 안 맞는 사람이야 단정하고 들어가면 아예 안 하게 되고, 안 하면 실력이 늘 수가 없죠. 물론 잘 안 맞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러나 누구든지 하면 어느 정도 느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부정확하고 과학적이고 경험적인 근거가 부족한 차원 안에 본인의 틀을 가두는 건 결국 선택지를 좁히는 거죠.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나하나의 개별 사건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서사 구조, 즉 스토리로 만드는 사람이 있어요. 나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렇게 통과했다, 그러면 그게 내 정체성이 되는 거죠.
그런 사람들은 굳이 MBTI 같은 거 하지 않아도 되죠. 나의 인생 스토리를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 내 삶이 의미가 있어지는 거죠. 스토리라는 건 가치중립적이에요. 정말 개인화된 거라서 ‘좋고 나쁘고’가 없는 그냥 자기만의 이야기니까요.
7️⃣‘바라는 대로 이뤄진다' 같은 '끌어당김의 법칙'은 심리학에서 어떻게 이야기합니까?
🅰️연구 내용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학기 초에 교사한테 ‘학생들이 모두 천재다’라고 이야기해 줘요. 그런데 사실은 평범한 아이들이에요. 그런데 1년 후에 보니까 아이들 학업 성적이 실제로 우수한 거예요. 선생님의 믿음이 그걸 만들었다고 보는 거죠.
아이들 탓하기보다 내가 ‘이 녀석들은 천재니까 조금 격려해 주면 더 잘할 수 있겠지’ 이런 마음으로 가르치니 성과가 좋은 거죠. 심리학에서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고 해요.
‘스스로 실현되는 예언’이라는 뜻이에요. 교사 처지에서 이 아이들은 우수한 학생이라는 믿음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 믿음 자체가 내 행동을 바꿔서 우수한 학생이 되게 만든다는 거죠.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그 생각을 현실화할 힘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는 사회심리학에서 굉장히 많은 연구들이 이뤄져 있어요. 내가 오늘 100억 원을 벌겠다는 건 허무맹랑하지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그 생각을 실현시키는 능력으로 연결되는 데에는 아주 효과가 있어요.
8️⃣웃기는 질문인 것 같은데 마음은 뇌에 있습니까, 심장에 있습니까.
🅰️뇌에 있죠, 마음이라는 건 뇌에서 일어나는 뉴런들이 작용한 결과물로 나타나는 게 언어화되는 거에요. 어떤 이미지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요.
뇌는 가소성이 있는 신체 기관입니다. 뇌도 신체 기관 중 하나에요. 운동하면 근육이 생기잖아요. 몸이 변화한다고요.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뇌도 변화합니다. 그러면 인간의 마음도 변할 수 있는 거죠.
우리 연구소의 슬로건이 ‘의미와 성장이 함께하는 삶’입니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그냥 단편적으로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라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다 의미가 있고 또 그런 자세를 가지면 성장할 수 있다, 변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적성도 삶도 만들어가는 거다, 나 혼자 하는 건 아니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환경•능력 등과 함께 다양한 상호작용을 해서 형성돼 나가는 것이다. 결국 삶이란 변화다. 어떤 정답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변화와 성장을 향해가는 여정이라는 겁니다.
9️⃣사람들에게 조언해 준다면요.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해줘요. 삶에 영향을 주는 것에는 굉장히 많은 요인이 있어요. 어느 하나로 결정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모든 게 결정되지 않아요. 대단히 많은 복합적 요인이 있어요. 이것들이 내 삶의 폭을 결정해 주죠. 그렇기 때문에 ‘이거는 되고 저거는 안 된다’ ‘고시 붙으면 혹은 명문대 가면 행복하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죠.
사회심리학에는 이런 연구가 있어요. 승진 심사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다들 승진하지 못하면 삶이 대단히 불행해질 것이라고 답했어요. 1년 뒤 이 사람들을 다시 만났더니 승진한 사람이랑 승진하지 못한 사람이랑 삶의 만족도에서 큰 차이가 없었어요.
🔟의외의 결과네요.
🅰️그 1년 동안 인생에서는 대단히 많은 일이 일어나요. 승진은 그 많은 일 중에 하나일 뿐이고요. 그런데 승진을 준비할 때는 그거 하나만 생각하니 승진하지 못하면 불행한 인생을 살 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죠. 사람은 뭐 하나에 꽂혀 그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심리학 용어로는 ‘초점(焦點)주의’라고 합니다.
뇌라는 게 합리적 사고를 하기 위해 진화한 게 아니거든요. 주어진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 진화한 건데, 그렇게 진화된 인간의 특성들이 합리적 사고와 충돌하는 지점이 많습니다. 물론 합리적 사고라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할 수 있죠. 하지만 굉장히 피곤한 거예요. ‘초점주의’는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인지 과정상의 오류 중 하나죠.
이렇게 삶과 생각의 복잡성을 말해 주면 학생들이 조금 이해하더라고요. ‘너란 존재도 얼마나 복잡하냐, 때로는 친구를 만나서 얘기하고 싶지만 어떨 때는 혼자 있고 싶고 이렇게 복잡한 인간들이 얽힌 사회는 또 얼마나 복잡하겠느냐, 그러니 한두 가지로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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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8일 오전 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