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흔들리면 그냥 ‘개판’ 나는 거예요. ‘그냥 나 혼자 욕먹으면 되지’ 정도는 리더의 책임감이 아니에요.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팀의 목적을 달성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화제인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두 차례 팀 대결에서 리더를 맡아 단호한 리더십으로 압도적 승리를 끌어낸 최현석(52) 셰프. 팀 대결은 총 두 차례 있었는데 최 셰프는 두 번 다 팀 리더를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팀원 중엔 미 백악관 만찬을 맡았던 에드워드 리, 조리 명장 안유성 셰프 등 수준급 요리사도 있었지만 ‘최현석 팀’은 별다른 잡음이나 분열 없이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주요 재료를 싹쓸이하거나, 매출을 불리려고 음식 단가를 아주 높게 설정하는 등 파격적 결단을 내려 상대팀과 시청자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다.


‘비열하다’는 비난도 적잖았지만, 결과는 모두 최 셰프의 승리였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주저하지도 않고 말했다. “‘뽀대’가 나야죠. ‘우리 리더는 실력자’라는 믿음을 팀원에게 줘야 한다는 뜻입니다.”


1️⃣쟁쟁한 셰프들도 군말 없이 따라오게 한 비결은?

🅰️리더는 팀원들을 이끌 수 있는 ‘진짜 카리스마’가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날 신뢰해야죠. 팀장급 셰프들한테 제가 하는 말이 있어요. ‘멋있게 해. 멋있게 해야 후배들이 따라 한다’고요.


군대에선 조교가 ‘뽀대’가 나야 신병들이 열심히 따라 한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려면 리더가 실력을 갖췄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해요. 말로만 하는 리더는 절대 사람들을 이끌 수가 없어요. 그 다음은 팀원의 능력을 보고 일을 위임하는 것이고요.


2️⃣위임의 원칙이 있다면?

🅰️위임이라는 게 내 권한을 다 내준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잘하는 게 있겠죠. 하지만 제 식당도 보면 다양한 장점을 지닌 다양한 프로들이 모여 있고, 어떤 분야에선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에겐 (그 분야에 대한)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답답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기업에 ‘회장님’이 계시는데 엄청 비싼 디자이너를 채용해요. 그래 놓고 디자인을 회장님 취향으로 막 바꾸거든요. 이해가 안 가요. 디자이너가 회장님보다 훨씬 디자인을 잘할 거 아니에요. 돈이 있다면 그 돈으로 좋은 능력을 갖춘 사람을 구해서 구현하게 하는 게 베스트인데, 그걸 못 하는 거죠.


3️⃣팀장을 뛰어넘는 팀원이 종종 있나?

🅰️어떤 조직이든 나보다 장점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그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게 팀원에게 권한을 줘야 합니다. 그러면 그 팀장과 그 조직원들이 하는 일이 반드시 잘됩니다. 100%는 아니지만 잘될 확률이 굉장히 높죠.


4️⃣흑백요리사 팀별 대결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당연히 ‘우리 팀의 승리’죠. 팀이 이겨야지, 내가 스타가 되는 게 뭐가 중요해요. 나 혼자 아무리 덩크슛을 꽂고 점수를 많이 내도 팀이 지면 그건 그냥 끝난 거에요.


전 그래서, 만약 저보다 ‘리더’라는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이 보이면 그 사람을 기꺼이 팀장으로 만들고 저는 서포트를 잘할 자신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감정적 소모나 서로 간의 불편함, 이런 것 때문에 이긴다는 목표로 가는 과정이 길어진다면 그건 심각한 마이너스라고 생각해요.


5️⃣3라운드 첫 지시가 왜 ‘가리비 싹쓸이’였나?

🅰️“‘치사하게 남 방해하려고 저런다’는 소리 많이 들었어요. 백종원 심사위원도 ‘(다른 팀) 못 하게 하려고 가져갔쥬?’라고 했어요. 그런 짓 안 합니다. 상대방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고, 우리가 그게 꼭 필요해서 한 거죠. ‘재료를 다 가져가면 반칙’이라는 룰도 없지 않았습니까.


6️⃣왜 가리비가 그렇게 필요했나?

🅰️“심사위원단을 보니까 젊은 사람들인 거예요. 성별은 많이 섞여 있고…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맛을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포인트로 딱 떠오른 게 ‘가리비 감칠맛’이었어요. 가리비는 그냥 프라이팬에 소금만 뿌려 구우면 100명 다 맛있게 먹는 요리예요.


그래서 가리비 요리를 하려고 딱 봤더니 가리비가 60개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셰프보다 높은 게 있죠. 재료죠. 재료 털러 갑시다’라고요. 그리고 우리 팀원들은 저를 팀장으로 지목해 올렸으니 저를 믿기로, 이미 약속이 된 상태였어요. 그대로 따라주었죠.


7️⃣이기려면 ‘욕 좀 먹어도 된다’는 각오까지 한 건가?

🅰️저는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성격 장애)처럼 남을 해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하지 않았어요. 룰만 잘 지킨다면, 사람들이 나한테 서운해하고 욕하는 게 대수인가요. 우리 팀이 이기는데요. 거꾸로 나는 찬사를 받았는데 우리 팀이 졌다면? 그게 진짜 ‘신’인 거죠.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책임이 진짜 기본인데, 요즘은 책임이란 말이 너무 어려운 일이 됐어요.


8️⃣책임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던데?

🅰️만약 요리 명장들을 이끌고 잘못해서 떨어졌으면 정말 더 욕먹었을 거예요. 그건 각오해야죠. 하지만 혼자 욕먹는 건 차선책이고, 진짜 진짜 책임감은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 팀의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회사 생활을 할 때 저랑 의견이 다른 부장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이거 밀고 가겠다.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 사표 쓰겠다”고 그랬어요. 그때 중재를 했던 회사 부대표의 말이 명언이었어요. “당신이 그만두는 게 이걸 책임질 수 있는 일입니까. 당신은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잘못되게 하지 말고, 목표 달성을 할 생각이나 하란 거죠.


9️⃣앞으로 어떤 셰프로 기억되고 싶나?

🅰️제가 생머리거든요. 백발 생머리로 눈을 살짝 가린 채 플레이팅하는 모습이 되게 멋있을 것 같아요. 요리사라는 굵은 나무 몸통을 튼튼하게 해야 방송이든 화보 촬영이든 잔가지를 뻗고 나뭇잎을 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몸통이 상하면 잔가지도, 잎도 나지 않겠죠. 저는 튼튼한 나무 몸통을 절대 놓치지 않고 저만의 새로운 요리를 해나갈 겁니다.

흑백요리사 최현석 “내가 욕먹는 게 대수? 팀이 이기면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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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최현석 “내가 욕먹는 게 대수? 팀이 이기면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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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2일 오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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