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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1996년 LG아트센터 역삼이 세워지기 전 입사했습니다. 공연기획팀장·국장을 거쳐 2021년 센터장 자리에 오른 공연예술계의 산역사죠. 센터장이 될 당시의 소감을 묻자 "기뻐할 틈이 없었다"라고 답했습니다. LG아트센터가 마곡으로 이전할 계획을 발표하며 새로운 지역에서 관객을 끌어모아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았기 때문이죠. 3년이 지난 현재, 관객은 40% 늘었습니다. 연평균 29만 명이 방문하고, 기획공연 매표율은 90%가 넘습니다. 그 이유를 28년간 한 곳에서 근무한 이현정 센터장 폴인 인터뷰를 통해서 살펴봅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1️⃣ 세 번째 직장에서 28년째 일을 하는 리더
세 번째 직장이에요. (은행에 입사했는데) 시간도 있고 돈도 있는데. 왜 헛헛할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다, 어떻게든 공연과 관련된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계속 들었어요. 내가 퍼포머(performer, 연기자)는 되지 못하겠지만 공연 주변에라도 있고 싶다.
2️⃣ 좌석번호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다
당시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연장이 가·나·다 이렇게 크게 구역을 나누고, 구역마다 1번부터 번호를 매겼어요. 가 구역 200석이라고 하면, 1~200번까지 매겨져 있고요. 400석짜리 나 구역은 다시 1번부터 400번까지 돼 있었죠. 그러다보니 관객 입장에선 내 좌석이 다 구역 245번이라고 하면 몇 열로 가야 하는지, 왼쪽 오른쪽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어요. 구역만 찾아가서 헤매는 사람이 태반이었어요. 그래서 직관적으로 좌석을 인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죠. 세계의 유명 극장들을 조사해 그중 우리가 참고할 만한 시스템을 찾아 적용했습니다. 매우 단순하고 직관적인 방법인데요. 1열부터 맨 끝열까지 순서대로 번호를 매기고, 좌석도 왼쪽부터 1, 2, 3, 4, 5번… 이렇게 표기하는 방식이죠. 역삼 센터는 한 열당 30개의 좌석이 있었으니까, 관객이 받아보는 티켓에 ‘5열 15번’ 이렇게 써 있으면 앞에서 5번째, 좌석은 가운데 자리구나 알 수 있는 거죠. 이게 뭐 대단하냐 하실 수도 있는데요(웃음). 당시엔 기존 관례를 다 바꿔야 했으니 쉽지 않았죠.
3️⃣ 관례였던 초대권을 없애다
승부수를 하나 더 던졌죠. 초대권을 없앴어요. 우리나라 공연 문화 성장을 저해하는 큰 병폐 중 하나가 초대권 문화였어요.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초대권이 만연했어요. "밥 한번 먹어요" 인사하는 것처럼 "표 드릴 테니 공연 한번 보러 오세요"가 공연계 사람들의 인사였어요.
그런데 초대권을 발행하게 되면요, 객석의 가장 좋은 자리는 초대로 배정돼요. 또 실무자들이 그 사람 오나 안 오나 챙기는 게 우선순위가 돼버리죠. 정작 중요한 일을 못해요. 초대권 받은 분들이 안 오시게 되면 제일 좋은 자리는 비워둔 채 공연하게 되고요.
사실 초대권을 받는 분들이야말로 구매력이 있는 분들이잖아요. 사회 저명인사나 공연 관계자들. 어찌 보면 공연장을 가장 많이 올 수 있는 분들이죠.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 식당을 운영한다고 해서, 공짜로 밥 달라는 말 안 하잖아요. 그런데 유독 공연장은 초대권으로 가야 대우받는다는 그런 생각이 좀 만연했던 것 같아요. 그런 관례를 깨야지만 공연시장이 성장하고 문화가 성숙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초대권 없애고 나서, 관객들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어요. VIP를 위해 제일 좋은 자리 비워두지 않고 가장 오고 싶은 분, 그래서 기다렸다 빠르게 예매하는 분께 그 자리가 갔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관람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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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7일 오전 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