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엔 적정과 행복이 필요해요” -김경일 교수-

1️⃣인지심리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인지심리학은 실험심리학의 영역 중 하나예요. ‘행동의 주관적인 측면을 중시하여 지식 획득과 심리학적 발달 등 연관된 정신적 과정을 탐구하는 심리학의 분야이자 정보처리 관점에서의 인지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정의하죠. 어렵죠?


수십 년간 연구해오면서 제가 생각한 인지심리학의 정의는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꿔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해주는 학문이라는 거죠.


2️⃣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것, 왜 중요한가요?

🅰️사람이 가장 쉽고 빠르게 불행해지는 방법 중 하나는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고, 살면서 허망해지는 것 중 하나는 ‘바꿀 수 있는 것을 그냥 놔뒀을 때’예요. 그러니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구분하는 건 나의 시간과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 포인트죠.


내가 가진 것 중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잘 구분하려면 적어야 해요. 나에 대해 적다 보면 나를 바꿨던 상황과 일, 그리고 안 바뀌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가 생기겠죠. 계속 적으며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거죠. 여기서 또 중요한 것은 일기를 밤에만 쓴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요.


어떤 상황에서 변화를 느꼈거나 불편함을 느낀 것을 바로바로 적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엔 논문이 잘 써진다” “KTX 홀수 자리는 불편하니 피하자” “○○주차장은 주차가 정말 힘들다”처럼 사소한 것까지도 적어요. ‘뭘 이런 것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들한테 중요하지 않더라도 제겐 중요한 문제거든요.


사람은 기록에 의지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억에 의지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면 기억이 왜곡되기도 하고 잊히기도 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때도 있고요. 그런데 실수한 자신을 한탄하면서도 여전히 기록하진 않죠. 그러다 결국에는 남의 기록에 의존하게 돼요. 어딜 가거나 혹은 정보를 찾을 때 타인이 기록해놓은 정보를 몇 시간씩 할애해서 찾고 정독하는 거죠.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타인의 기록엔 내가 찾는 정보가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예를 들어, 남의 기록을 토대로 여행 계획을 세워 간다 치면 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대로 여행하고 온 셈이 돼요. 이런 게 반복되면 내 기준이 아닌 남의 기준대로 삶을 살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겉돈다는 느낌까지 들게 돼요. 그래서 저는 무계획보다 더 나쁜 게 무기록이라고 생각해요.


3️⃣“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도구다”라고 했는데요?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운동선수들에게 왜 몇몇 약물 복용을 금지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강의에서 하곤 해요. 그러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면 훈련을 안 해도 근육이 늘고 신체 능력이 좋아지니까”라고 대부분 답합니다. 틀린 답은 아닌데, 반만 알고 계시는 거예요.


금지 약물을 복용하면 선수가 1시간 만에 아주 많은 행복을 느끼게 돼요. 다른 선수들이 2시간 후에 있을 혹독한 훈련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반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평소 깨지 못했던 한계와 갱신해야 하는 기록이 시련이 아닌 도전하고 싶은 즐거운 것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신체적 능력이 더해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죠.


행복을 느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죠.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시련을 겪어요. 시련을 이겨내고 다독이며 또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행복이에요. 시련을 극복하는 도구인 거죠. 그렇기에 행복은 언젠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가 아닌 지금 느껴야 하는 감정이고, 시련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 오기 때문에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한 겁니다.


4️⃣나와 다른 사람과 잘 지내는 비결이 있을까요?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겁니다. ‘다르다’라는 단어는 하나뿐이지만 다름의 종류는 수백 수천 가지가 될 수도 있거든요. 한 가지 잣대를 여러 사람에게 적용하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러지 않기 위해선 그때그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삶은 종잡을 수 없는 거야’라고 하면서 상황에 따라 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 따른 수많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상황에서의 기억을 토대로 최고일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거죠.


가변적인 사회에서 나와는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를 그때그때 고민하지 않으면, 프랑스 작가 폴 부르제의 말처럼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가 되는 겁니다.


5️⃣성장하는 인재가 되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성장 말고 성장감으로 표현해 볼게요. 보통 일은 재미가 없죠.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그건 일이 즐겁기보다 일을 통해 얻는 결과나 성취감이 좋은 거죠. 그걸 일 자체에 대한 즐거움이라고 착각하면 안 돼요.


이 재미없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행복감이 시련과 고난을 이기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행복감은 재미없는 것도 할 수 있게 하는데 이런 행복감의 한 종류가 바로 성장감입니다. 대체로 성장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초보자예요. 초년생은 조금만 배워도 대단한 걸 이룬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재미없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나름 즐겁게 버틸 수 있는 거죠.


반대로 전문가는 어떨까요? 슬프게도 일을 잘해놓고도 만족감을 못 느낍니다. 전문가니까 성장감이 매우 더디겠죠. 물론 더딘 만큼 초보자보다 큰 성장감이 있겠지만, 그 긴 지루한 시기를 견딜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해요. 예컨대 회사 안에서는 안 해 본 타 부서의 일을 경험해보거나, 또 개인적으로는 직업과 무관한 분야에 도전해보는 거예요.


내 전문 분야에서 느끼는 무료한 정체감을 전혀 다른 분야에서 얻은 성장감으로 이겨내는 거죠.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자신이 물리학에서 정체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게이트볼을 치면서 그 순간을 견뎌 그다음의 성장감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해요. 성장감을 얻으려면 우리는 늘 초보자의 마음과 자세가 필요해요.


6️⃣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게 번아웃이 아니라, 일만 해서 오는 것이 번아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다양한 사람들과 지내다가 취업을 하고 나면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잦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정체가 되죠.


그런데 창조는 나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만나거나 그들에게 내 일을 설명할 때 일어나고요. 그리고 또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얻은 성장감으로 번아웃을 막을 수 있어요.


그런데 번아웃을 막는답시고, 종종 워라밸을 일과 가정 사이에서만 찾는데 매우 큰 오산이에요. 테이블을 예로 들자면, 내 삶에 일과 가정이라는 다리가 두 개뿐인데 넘어지지 않게 밸런스가 맞출 수 있을까요? 물론 절묘하게 맞출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고되겠어요. 그러니 간당간당하게 살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일도 가정도 아닌 취미라는 다리가 하나 더 있다고 해봅시다. 셋 중 어느 하나가 살짝 안 맞아도 웬만하면 쓰러지지 않는 테이블이 되거든요. 그러니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지치지 않고 행복감을 느끼려면 일과 가정, 그리고 나 자신과의 적정한 밸런스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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