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친구들이나 동료 연구자들에게 유난히 필자가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너는 새해가 되면 유난히 결심이나 새로운 목표를 많이 세우는 것 같아.” 하지만 필자가 한국에서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그리 대단한 유난을 떠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은 대부분 열심히 살고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유난히 새해 결심을 많이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말이다. 아마도 동기 수준이 높고 근면하고 성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심리학자가 아니라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한국인들이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또 있다. 이른바 작심삼일 혹은 1월을 넘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신년계획은 이처럼 오래가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른바 ‘계획에 대한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필자는 ‘목표 간 충돌’이라고 부른다. 사이클이나 마라톤 경기에서 출발점에 너무 많은 참가자가 출발할 때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동시에 출발하다 보니 서로 부딪혀서 다수 심지어 모두가 넘어지는 현상 말이다. 왜 그럴까?

새롭게 시작하는 행동들은 서로 반대되거나 심지어 상극인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것과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동시에 시작하기에는 다소 상반된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1️⃣1년이라는 긴 기간 각기 다른 시점에 시작해야 하는 것들을 구분해 배치할 필요가 있다. 즉 올해의 목표들이 설정되면 1월, 3월 혹은 심지어 9월에 시작할 것들을 구분하고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1월과 3월의 출발이 순조로우면 이는 다시금 9월에 시작할 것들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된다.

2️⃣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초반의 ‘성장감’이다. 이를 내적 동기 권위자 아옐레트 피시바흐(Ayelet Fishbach) 시카고대 교수는 ‘그 무엇보다도 강한 피드백의 효과’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노동은 힘들어해도 게임에는 몰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신이 하는 행위의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즉시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람은 자기 행동이 향상되고 있다는 일종의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는 어떤 일을 시작했을 때의 초반부에 특히 중요하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게 되면 그 긴 과정에서 당연히 발전과 성장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상황 직후에 좌절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성장보다 중요한 것을 ‘성장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어떤 새로운 행동을 시작할 때 특히 중요하다.

자, 그렇다면 실제 성장의 정도와 무관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인 ‘성장감’은 특히 학습이나 연습의 초반부에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무엇이 잘못됐고 훈련을 통해 무엇이 수정되고 있는가를 매우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즉 단순한 칭찬이나 격려의 효과는 미미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일종의 ‘구체적 성장감’을 피시바흐 교수는 오케스트라의 악기 연습에서부터 다양한 과목이나 분야의 공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일관적으로 관찰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1년이라고 하는 긴 시간을 보낸 후에 달성하고자 하는 다수의 목표들을 지니고 있다면 1️⃣어떤 것을 언제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세심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순서에 관한 고민도 해야 한다.

2️⃣그리고 어떤 것이든 시작하고 나면 초반부에 어떤 것이 바로잡히고 수정되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높은 빈도로 해줘야 한다. 올해는 이런 방식으로 한 번 의미 있는 한 해를 만들어 보시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