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교의 수업 시간. 껌을 씹는 학생을 발견한 교사가 껌을 뱉으라고 한다. 그러나 학생은 당돌하게도 싫다고 말한다. 과연 그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몇 년 전에 한 고등학교에서 숙제를 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사가 학생에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무려 800번을 시켜 학생의 허벅지 근육이 파열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접한 방송사의 기자가 쓴 기사엔 위와 같이 수업시간에 껌을 씹은 학생의 이야기가 나온다. 껌을 뱉지 않고 반항(?)한 학생의 말로는 우리가 예상한 그대로다. 선생님한테 호통을 들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에서 벌을 받고 열 장의 반성문을 써야 했다.


그런데 이 기자는 이런 경험이 있고 10년 후 교환학생으로 갔던 핀란드의 학교 이야기를 덧붙였다. 꽤나 보수적이고 꼬장꼬장한 영국 출신 교수의 수업시간에 프랑스 학생이 모자를 쓰고 앉아 있었다. 이를 본 교수가 당장 모자를 벗으라고 했지만 학생의 대답은 “나는 모자를 쓰고 싶습니다. 교수님이 상관할 바 아니죠”였다.


10년 전의 기억 때문인지 기자는 오히려 자신이 긴장했고 교수님의 말을 듣지 않고 분란을 만드는 그 학생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교수의 반응은 기자의 예상과는 달랐다. 교수의 반응을 원문대로 옮겨본다.


“나는 수업할 때 학생들의 눈을 보는 걸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눈을 보고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느끼고 피드백을 한다. 그런데 모자를 쓰면 그걸 느끼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거다. 네가 모자 쓰길 고집하는 건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으로, 다른 학생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모자를 벗을 수 없다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위해서 교실에서 나가라.”


결국 프랑스 학생은 모자를 벗었고 수업이 이어졌다. 그 후 프랑스 학생은 교수님께 매번 예의를 갖춰 깍듯이 대했던 기자보다 높은 A학점을 받았다고 한다. 그 사건에 대한 교수의 보복은 없었던 것이다.


이제 기업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킨다. 그런데 직원은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 과연 상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요즘 젊은 것들은 예전 같지 않아. 위아래도 없고, 헝그리 정신도 없고, 열정도 없고, 배짱도 없고, 무엇보다 예의가 없어!“인가?


그래서인가 요즘은 기업마다 직원들의 ‘팔로어십(followership)’ 함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시대가 변했고 사람이 변했다. 이젠 리더의 역량만으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조직에는 극히 소수의 리더와 대부분의 팔로어가 존재한다. 그리고 리더의 대부분은 리더임과 동시에 팔로어다. 팔로어십의 대가 로버트 켈리에 의하면 팔로어는 소외형, 수동형, 순응형, 실무형, 모범형의 유형으로 나뉜다. 그중 가장 이상적인 유형은 모범형 팔로어로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자주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서 리더의 힘을 강화시키고 자신의 가치와 업무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또 원활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고 화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리더와 동료에게 질문하며 능동적으로 배우는 한편 용기 있는 양심을 발휘하며 믿음에 따라 행동한다.


그런데 리더들은 정말 이런 팔로어를 원할까? 이상적인 팔로어십은 리더가 준비되었을 때 발현된다. 모자를 벗고 싶지 않은 학생에게 벗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고, 벗기 싫다는 의사를 자신의 교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권위로 보복하지 않을 리더십을 갖고 있을 때 팔로어들은 이상적인 팔로어십을 갖게 된다.


리더와 팔로어는 상하관계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팔로어십은 상사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거나 지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문제를 발견해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제는 리더십에 한 가지 덕목이 더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팔로어십을 가진 팔로어를 품을 줄 아는 능력 말이다.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기러기떼의 V자 대형은 공기 저항을 막기 위한 방법이다. 맨 앞의 길잡이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면 맞바람과 부딪쳐 소용돌이 상승기류가 발생하고, 뒤의 기러기는 그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맞바람의 저항을 덜 받고 힘을 아끼면서 날아갈 수 있다. 혼자 날아 갈 때보다 70%를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조직에서 대부분의 리더는 팔로어이기도 하다. 팔로어는 언젠가 리더가 될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팔로어가 만든다. 그러나 그 팔로어는 리더가 만든다. 이쯤 되면 리더십과 팔로어십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기러기처럼 함께 날아 가는 파트너십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조직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싶다면, 우리의 부하직원들이 더 열정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게 하고 싶다면 우리의 ’꼰대지수‘를 낮출 필요가 있다. 꼰대라는 말이 불쾌한가? 그렇다면 당신은 꼰대일 확률이 높다.

[시론] ‘꼰대’와 팔로워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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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꼰대’와 팔로워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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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3일 오후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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