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이다. 이쯤 되면 신년에 야심 차게 세웠던 결심과 목표들 중에 소리 없이 무너지거나 어그러지고 있는 것들이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제는 의지나 신념 혹은 열정이 사라졌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분야에 가장 정통한 연구자들에 의하면 그것은 이제 재미가 없다는 걸 본격적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슨 뜻일까? 결심과 의지는 무언가를 재미가 없어도 할 수 있는 힘이며, 따라서 동력이 떨어지면 재미에 자리를 잠시 내어주어야 그 무언가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연구를 케이틀린 울리(Kaitlin Woolley) 코넬대 교수와 내적 동기 귄위자 아옐릿 피시배크(Ayelet Fishbach) 시카고대 교수가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수를 받는 두 종류의 과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청했다. 그 두 과제는 2달러를 받고 비틀스의 노래 ‘헤이 주드’를 듣는 것과 2.25달러를 받고 시끄러운 알람 시계 소리를 앞선 과제의 노래 시간 동안 듣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후자를 훨씬 더 많이 선택했다. 73.3%가 알람 소리를 듣고 좀 더 많은 돈을 받겠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과제를 마치고 난 뒤 후회의 양 역시 후자가 훨씬 더 컸다. 심지어 일부 참가자들은 중간에 포기하고 실험실을 뛰쳐 나갔다.


이를 두고 피시배크 교수는 사람들이 재미없는 과제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한다고 꼬집었다. 사실 더 정확하게는 그 재미없는 과제에 대한 자신의 의지력을 과대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후속 연구가 이를 잘 보여줬다. 사람들은 자신이 많은 돈을 받고 재미없는 컴퓨터 사용설명서를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실제보다 과대 예측했다. 반대로 돈을 적게 받아도 재미있는 책을 읽기로 한 사람들은 자신의 예상보다 더 길게 책을 읽었다. 즉 과제에 머무른 것이다.


그래서 동기를 연구하는 많은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보상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고 재미의 효과를 과소평가하는 현상'을 매우 일관적으로 관찰해왔다.


울리 교수와 피시배크 교수는 이와 관련해 새해 목표처럼 새로운 결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재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1월에 한 결심의 정도, 즉 크기는 3월에 여전히 그 결심을 수행하는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보다는 1~2월 중 그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재미를 느꼈는가의 정도가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관련 분야 연구자들은 공감 갭(empathy gap)이라고도 부르는데, 현재 경험하지 못한 감정의 위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피트니스센터 이용자들에게 가장 건강에 효과적이라고 믿는 운동을 지속하게 하면 결국 운동을 포기하고 센터에 그만 나오지만, 이럴 상황에 재미있는 운동으로 바꿔 보라고 하면 전반적인 운동의 지속 시간 자체가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주마가편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달리는 말에 그저 채찍질을 가하는 단순한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달리는 말을 계속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지쳐갈 무렵 달리기를 즐겁게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줘야 한다.


러닝머신 위의 달리기는 이내 동력이 떨어지지만 축구와 같은 스포츠를 하면서 달리는 것은 훨씬 버틸 만한 것처럼 말이다. 경쟁 그래프든, 콘테스트든, 겨루기 대회 등 붙일 수 있는 재미는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사람들이 게임에 열중하는 것이다.

의지·결심만으론 부족 재미가 있어야 버틴다 [김경일의 CEO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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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4일 오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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