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



어제는 오랜만에 채용 박람회를 방문했습니다. 요즘은 어떤 기업들이 채용을 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구직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업 담당자나 구직자와 대화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일이 어떤 상황인지, 구직자는 취업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일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직접 이야기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채용 박람회 장소에는 약 100여 개의 기업이 부스를 마련하여 구직자를 만나고 있었습니다. 기업의 산업에 따라 유사한 산업 군에 속한 기업들을 그룹으로 묶고 영역을 이름 지었습니다. 해당 영역에 가면 비슷한 산업 군에 있는 다양한 기업의 부스를 만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부스에는 기업 담당자가 앉아있고, 기업 담당자가 앉아있는 테이블 맞은편에 구직자가 앉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는 형식입니다.


중앙 라운지에는 특정 기업이 회사 소개와 채용을 안내하는 세션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취업을 많이 준비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들어도 알 수 있는 브랜드 파워를 가진 기업이 세션의 주인공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이와 같은 유명한 기업을 선호해서 특별히 세션을 마련한 것은 이해하지만, 정작 회사와 채용 정보를 설명해야 하는 것은 아직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박람회 장소 한 편에는 흥미로운 이벤트 부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인증 용도의 사진을 촬영해 주기도 하고, 요즘 유행하는 취업 운세를 봐주기도 했습니다.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구직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주는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취업 운세의 내용이 구직자를 격려하는 메시지라고 하지만, 구직자를 격려하는 방식이 재미로 풀어낸 스토리가 정말 좋은 것인지 혼자 진지한 고뇌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웃자고 하는 일에 딴지 걸고 싶은 것은 아니고, 뭔가 더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법은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사실 박람회라고 하면 의례 위와 같은 모습이 떠오릅니다. 부스가 있고, 메인 스테이지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는 연사가 있고, 가벼운 이벤트, 채용 공고 게시판, 분주한 사람들까지 박람회를 방문하기 이전에 상상했던 모습과 하나도 빠짐없이 똑같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시간에 기업은 정말 인재를 만날 수 있었을지, 구직자는 자신이 취업을 원하는 기업 담당자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기업이나 구직자나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을 내어 박람회를 찾은 것인데,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얻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업이 부스를 마련하고 구직자가 자유롭게 방문하도록 진행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기업이 구직자에게 줄 수 있는 콘텐츠를 게시하고 해당 내용에 대해서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질문할 수 있는 방식이 더 좋지 않을까요? 기업이 구직자에게 줄 수 있는 콘텐츠의 주제는 결국 회사의 비즈니스를 소개하고, 채용하고 있는 포지션과 입사했을 때 줄 수 있는 혜택이 될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정보는 채용 공고 게시판에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간단한 내용만 보고 호기심을 짜내야 하는 것이 맞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구직자에게 인기 있는 기업 부스에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 부스는 한산한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요? 아직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기업에 대해서 특별히 더 많은 정보를 노출하여 구직자가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이미 잘 알려진 기업은 별도의 세션을 마련하고 회차별 시간과 참가 인원을 정해 운영하는 것도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업이 어려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중소기업은 채용이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채용 박람회 기업 부스에 사람이 모이는 장면을 보면 이와 같은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현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보가 부족하고 잘 모르는 기업이 안 좋은 기업이 아닌데 구직자에게 관심받지 못하는 상황도 안타깝고, 취업이 잘 안된다고 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같은 기업만 바라보고 경쟁하는 상황도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소하는 일이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노력이 아닌지 기업과 인재를 연결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고민과 도전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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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0일 오후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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