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돼?”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 속으로 안도한다. 만약 이런 표현을 우연히 듣게 됐다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히 여겨도 좋다. 조직 내 사일로 현상을 알아차리게 됐기 때문이다.


사일로는 곡식 창고라는 뜻이다. 남들이 곡식에 접근하지 못하게 단단한 벽을 쳐서 창고를 만든 것처럼, 회사에도 여러 사일로가 생긴다. 한 팀이 다른 팀과 벽을 치고 자기 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현상이다.


이들은 서로 협력해야 함에도 협력하지 않고, 회사 전체의 목표나 공동의 목표보다도 자기 팀의 손해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자기 팀의 손익이라 함은, 업무량이 늘어나거나 평가/보상에서 더 많이 인정받는 것 등을 말한다.

예를 들면, IT회사에서 앱을 만드는데 기획팀에서는 ‘개발팀이 매번 자기들 업무를 줄이기 위해 개발해야 하는 기능을 안 된다고 한다’며 욕한다. 개발팀에서는 ‘기획자들이 개발 이해도가 낮아서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도 모르면서 매번 언제까지 가능하냐는 무리한 일정만 요구한다’라고 욕한다.


그들은 상대팀이 매일 무슨 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업무가 많은지 적은지, 업무 프로세스가 어떤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상대팀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

혹은 이런 경우도 있다. 서로 완전히 무관심한 경우다. 영업팀에서 고객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마케팅팀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고객 인터뷰를 따로 진행한다. 어쩌다가는 서로 같은 고객한테 전화해서 다른 내용을 물어보기도 한다.


만약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았더라면 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반복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고객에 대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며, 인터뷰 방법론에 대한 노하우도 나누었으리라. 하지만 직장에서는 서로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 멍청한 시간낭비가 반복된다.


사일로 현상은 왜 발생할까? 단언컨대 사일로의 시작은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것에서 출발한다. 겉보기에는 고작 다른 팀의 업무를 모르는 것 때문에 사일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게 논리적 비약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생각이 파생시키는 수많은 행동들이 쌓여서 문제를 만든다. 그러니까 지나가다가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돼?”라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면 행운을 잡은 것이다. 그 사람이 야기하게 될 수많은 문제를 미리 차단할 수 있으니까.


동료에게 일을 맡기거나 협력하려면 기본적으로 그를 신뢰해야 한다. 그가 업무를 열심히 수행해 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뢰가 기본 전제다. 좋은 결과는 제쳐두더라도, 그가 ‘무슨 일을, 얼마나 열심히,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생각해보라, 나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저 팀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일을 열심히 하는지도 믿음이 안 가면 어떻게 그들에게 일을 맡길 수 있겠는가?


또한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에 무관심한 사람은 습관적으로 편을 가른다. “그 일은 기획팀에서 해줘야 할 일이다” “그 일은 디자인팀에서 아직 안 넘겨줘서 못 하고 있다” 등 매 순간 우리 팀과 다른 팀을 나눈다.


기획팀이 지금 갑작스러운 문제로 얼마나 난처한 상황인지, 디자인팀에 업무가 너무 몰린 상황인지 등 다른 팀의 상황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자기 팀의 이익만 대변한다. 문제를 다른 팀에 넘기고 자신의 성과부진 또한 축소하려 한다. 전형적인 사일로 현상이다.

필자의 조직에도 그런 팀원이 있어서 1on1 미팅을 수차례 진행했다. 그들은 왜 다른 팀에 무관심하고, 다른 팀과 편을 가르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기저에는 ‘선의’가 숨어있었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이나 잘하면 된다’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에는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정치질을 하려는 악의가 없었다. 특히 보수적인 직장에서 근무한 사람에게서 이런 모습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보수적인 회사는 권한을 절대 쉽게 주지 않는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영진이 결정하고, 전략도 팀장급만 논의해서 정하며, 직원들은 탑다운 방식으로 이를 통보받는다.


회사의 방향이나 전략, 당면한 문제는 꽁꽁 숨기고 직원들에게 공유하지 않는다. 공개하면 직원들이 불안해하거나 업무에 몰입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유도 덧붙인다. 그리고는 ‘너는 네가 맡은 일에만 집중해’라고 이야기한다.


직원들은 그냥 위에서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고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게 된다. 즉, 조직의 보수적인 구조와 문화가 직원의 마음가짐을 이기적으로 만들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직원들이 다른 팀에 무관심해진다.


사일로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사일로 현상을 해결하려면 다른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만들고, 회사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1️⃣회사 방향성과 문제를 공유한다

회사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가 속한 조직은 정기적으로 전사 인원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뤘다. 분기 혹은 반기 목표와 마일스톤, 팀별 프로젝트 현황, 레드 플래그, 축하할 일, 전사 공지사항 등이다.


2️⃣먼저 나서서 투명하게 공개한다

각자의 업무를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 이는 회사가 다른 팀의 업무를 떠먹여 주는 게 아니라, 다른 팀 업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특히 딱딱한 업무 보고 형태가 되면, 쓰는 사람도 불편하고 아무도 다른 사람 업무를 보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리’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


3️⃣갈망하는 사람을 채용한다

개인이 회사의 방향에 공감하고,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도록 얼라인 해야 한다. 얼라인이 잘된 구성원은 회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관심이 많고, 회사에 기여하려 한다. 그런 사람들이 사일로를 깨부순다. 반면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되냐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사일로를 만든다. 그 신호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돼?"…조직 내 사일로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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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왜 알아야 돼?"…조직 내 사일로 없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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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26일 오전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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