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국수를 먹다가



어제는 팀 동료인 인턴 친구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점심 식사 메뉴로 쌀국수를 먹었습니다. 인턴 친구에게 먹고 싶은 메뉴를 선정할 수 있는 기회를 특별히 주겠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샐러드를 먹거나 약속이 있다고 팀원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하는 기회라서 상대방에게 메뉴를 고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에 은근히 제가 메뉴 선택을 종용한 음식을 먹게 되었습니다.


쌀국수 집에는 진짜 베트남 분이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베트남 사람이 만든 베트남 음식이 어제 방문한 가게의 메인 콘셉트라고 느꼈습니다. 자그마한 공간에 음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그득그득했습니다. 우연히 고른 음식이고 가게가 맛집인 모양입니다. 메뉴 선택을 종용한 사람으로 마음이 한 결 놓이는 장면이었습니다. 메뉴를 고르고 음식을 기다리며 저는 인턴 친구에게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을 두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니까 대학을 이제 막 졸업하는 사람들이 진로를 어떻게 고민하는지, 고민하여 어떤 선택을 하는지, 도움을 누구에 구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데, 현실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 이와 같은 현실을 맞이한 사람들의 마음 상태는 어떤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무엇을 고민하고 제공해야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을지 알고 싶었습니다.


결론은 생각보다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이 제법 담담했습니다. 함께 일을 하는 인턴 친구가 유독 담담한 성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인턴 친구의 지인들 소식을 들어봐도 요즘 취업이 어렵다는 현실 대비 크게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절망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취업한 선배나 친구도 있고, 이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망연자실 걱정만 하고 있는 주변 지인은 별로 없는 듯합니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알고 보면 당사자에게 그렇게 심각한 상황이 아닌데, 괜히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고통을 안다고 섣부르게 상상하고 판단하는 것이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것이 저는 엄청 두렵고 힘든 일인데,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따끔한 순간일 뿐 오히려 얼른 병이 낫는 치료로 좋다고 여겨질 수 있겠습니다.


인턴 친구는 고등학교 3학년인 동생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도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제 마음에 짠한 느낌이 드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인턴 친구에게 동생이 많이 힘들어하겠다고 물으니, 동생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알아서 잘 놀기도 할 거라며 크게 힘들어하는 모습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어제 함께 식사를 한 인턴 친구는 마음이 단단한 편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고등학교 3학년과 처음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질풍노도 시기를 보냈는지, 평탄하고 잔잔한 순간으로 기억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3학년과 첫 취업이 간절하고 처절한 전쟁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더 이상 소진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데 계속 싸워야 했던 전투를 보낸 느낌으로 기억합니다. 그것도 함께 싸우는 아군 없이 적과 홀로 싸워야 하는 쓸쓸한 전투가 그 시기를 상상하면 외로웠다고 떠올리게 됩니다.


그래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보면 공부하고 진로 고민하느라 힘들까 봐 걱정입니다. 정작 본인들은 별로 안 힘들 수도 있는데 말이죠. 차라리 지금을 사는 친구들이 힘들지 않다면 다행입니다. 그러나 단 한 명이라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분이 있다면, 그 고민이 무엇이든 돕고 싶습니다.


아마도 제가 힘든 고등학교 시절과 취업을 고생했던 이유가 인생을 살면서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고민을 공감하여 최선을 다해 도우라는 하늘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고민과 어려움이 있거든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무엇이든 지나치지 않고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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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3일 오후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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