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미있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캠퍼스를 걸어가고 있는데 100m 앞 도서관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광경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일행 중에서 동료 교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저기 뭐 안 좋은 일이 있나봐요? 사람들이 모여 있잖아요.”


그런데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다른 학과 교수 한 분께서 반가운 표정으로 우리 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저 도서관 앞쪽에 뭐 좋은 일이 있나 봅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잖아요.”


일행은 실소를 터뜨렸다. 같은 사건을 보고 두 사람의 추측이 이리도 달라질 수 있으니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원인이 작용하겠지만 그중 핵심은 스트레스 수준이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사람들이 모인 그 광경을 부정적으로 해석한 동료 교수는 당시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문제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으니 말이다. 왜 그럴까?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네브래스카대학 니컬러스 하프(Nicholas R Harp) 박사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그 실마리가 보인다.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대상을 보여주고 그 대상이 어떤 속성이나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판단하게 했다. 예를 들어, 약간 놀라워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표정은 어찌 보면 좋은 일에 기뻐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고, 다르게는 혐오스러운 일에 분노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모호한 표정을 긍정 혹은 부정적으로 해결하는 데 가장 큰 설명력을 지닌 변인은 무엇일까?


바로 연구진이 실험 직전에 측정한 개별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수준이었다. 즉,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모호하기에 주관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많은 대상일수록 부정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후의 연관된 판단에서 더욱 편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연구진이 이 현상을 개선, 즉 모호한 대상이나 현상을 부정적이고 위협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 사용한 것이, 이른바 마음챙김 명상을 8주간 지속한 것이다.


마음챙김이란 비평과 비난 없이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독이며 이들 통해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고 고요히 현재에 머물러 자신을 관찰하는 일종의 명상기법이다. 여기서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를 홍보하려는 것이 아니다. 마음챙김이라는 방법의 핵심이 무엇에 있는가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1️⃣첫째는 부정적인 사건이나 경험을 부인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2️⃣둘째는 잠시 멈춰 심호흡을 하면서 현재의 상태에 집중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객관적 사실은 정확히 인식하면서도 주관적 현상을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프 박사의 연구 결과도 마찬가지로 나왔다.


마음챙김 명상을 한 참가자들은 표정의 피부색 혹은 모호한 색상과 같은 객관적 사실에 대한 판단은 더욱 정확해졌으며, 모호한 표정의 주관적 판단에서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후속 판단에 있어서 편견과 편향 역시 크게 떨어졌다.


이를 좀 더 다수가 모인 집단에 적용해보면 결론은 분명해진다. 숨 가쁘게만 돌아가면서 은폐가 많은 사회와 조직은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점점 더 음모론 혹은 적대시하는 국면을 만드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무서운 이유 나쁜생각 악순환 부른다 [김경일의 CEO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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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1일 오전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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