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출판 | 편애하는 리더가 빠지는 함정 - 교보문고
casting.kyobobook.co.kr
균형을 유지해서 어느 한 상태가 다른 상태를 압도하지 않게 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룬샷’을 도모하는 예술가와 ‘프랜차이즈’를 도모하는 병사가 똑같이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 나약하고 모호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아주 현실적인 얘기이자 자주 간과되는 요소다.
✅룬샷 (Loonshot)
•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예시) 아이폰
✅프랜차이즈 (Franchise)
• 룬샷으로 탄생한 제품의 후속작 또는 업데이트 버전
예시)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26번째 영화
벨연구소의 전신이 되는 조직을 만든 뒤에 베일은 이렇게 썼다. “나머지를 희생시키면서 어느 특정 사업부나 부서, 그룹을 편애한다면 반드시 전체의 균형이 깨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집단에서 병사는 자연스레 병사를 편애하고, 예술가는 예술가를 편애하는 함정에 빠진다.
잡스가 1985년 애플에서 쫓겨난 사건이나 넥스트에서 벌인 뒤죽박죽 일 처리는 이미 유명하다. 1975년 스티브 워즈니악(Steve Wozniak)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키보드, 스크린을 결합해서 초기 개인용 컴퓨터 중에 하나를 만들었다. 잡스는 워즈니악에게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회사를 차리자고 설득했다.
그러나 애플 I과 애플 II의 초창기 성공 이후 경쟁자들은 금세 애플을 앞질렀다. 1980년 아타리(Atari)와 라디오섁(RadioShack)은 애플보다 대략 7배나 많은 컴퓨터(TRS-80)를 팔았다. 1983년 코모도어는 겨우 2년 전에 출시한 IBM PC로 시장을 장악해 1등에 크게 밀리지 않는 2등을 하고 있었다.
애플의 주가는 10퍼센트 이하까지 폭락했고 이익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줄줄이 이어진 실패작보다 애플의 미래를 더 위험하게 만든 것은 핵심 인력의 연이은 퇴사였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줄을 잇는 것은 회사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시어도어 베일은 벨연구소의 전신이 되는 조직을 설립한 후, 그 어떤 집단도 ‘나머지를 희생시키면서 어느 한쪽을 편애한다면 반드시 전체의 균형이 깨질 것’이라고 했다. 룬샷과 프랜차이즈를 똑같이 사랑하려면 타고난 성향을 극복해야 한다. 예술가는 예술가를 편애하고, 병사는 병사를 편애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매킨토시를 연구하는 팀원들을 대놓고 자랑스럽게 ‘예술가’라고 불렀다. 애플 II 라는 프랜차이즈를 개발하고 있던, 회사의 나머지 조직은 ‘멍청이’라고 불렀다. 애플 II 개발자들은 이에 반발해서 ‘멍청이’라는 이름의 광대 그림이 그려진 단추를 스스로 달기까지 했다.
잡스와 함께 애플을 설립한 스티브 워즈니악은 애플 II 프랜차이즈 개발을 계속했고, 테디베어 같은 인상의 엔지니어였던 그는 업계나 사내에서 널리 사랑을 받았는데, 사임하면서는 조직원들의 사기를 꺾는 잡스의 공격적 행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애플 II를 개발하던 인력의 이탈이 얼마나 흔했으면 누구는 이런 농담까지 했다. “누가 상사가 부른다고 하면, 이름을 꼭 확인하도록 해.” 조직에 독버섯이 퍼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킨토시를 개발하던 핵심 설계자들까지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애플 첫 재임 시절에 스티브 잡스는 맥(Mac) 컴퓨터를 연구하던 자신의 룬샷 그룹을 “해적들” 내지는 “예술가들”이라고 불렀다(당연히 그는 본인이 최고의 해적이자 예술가라고 생각했다).
반면 애플 II 프랜차이즈를 개발 중이던 그룹은 “평범한 해병”이라고 일축했다. 잡스가 예술가를 떠받들고 병사를 업신여김으로써 두 그룹 사이에 형성된 적대감이 얼마나 컸던지, 사람들은 두 그룹이 각각 입주해 있던 건물 사이의 샛길을 ‘비무장지대’라고 불렀다.
이 적대감은 양쪽 제품 모두에 손해가 됐다. 잡스가 아끼던 맥 컴퓨터는 시장에 출시됐으나 상업적으로 실패했다. 애플은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했다. 잡스는 축출됐고 존 스컬리(John Sculley)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결국 스컬리가 맥 컴퓨터도 구해내고 재정 안정성도 회복했다.
12년이 흘러 다시 애플로 돌아온 잡스는 조니 아이브(Jony Ive) 같은 예술가와 팀 쿡(Tim Cook) 같은 병사를 똑같이 사랑하는 밥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는 능력을 타고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습을 통해 키울 수는 있다. 예술가와 병사를 똑같이 사랑하여 동적평형을 만들어내라!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5월 24일 오전 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