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 분)는 부잣집 딸 다혜의 영어 과외를 맡게 됩니다. 긴장되는 첫 수업에서, 기우는 다혜에게 문제를 풀게 하지만 그녀는 제대로 풀지 못하고 당황합니다. 그때 기우는 다혜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말합니다. "다혜야, 시험은 기세야." 그는 기세가 꺾이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당황만 하다가 끝나버린다고 강조합니다.


맞습니다. 시험, 즉 어떤 형태의 테스트든 '기세'가 중요합니다. 사전적으로 '기세'는 남이 두려워할 만큼 세차게 뻗치는 힘입니다. 시험장에서 남이 봤을 때 기세가 느껴질 정도로 당당하고 힘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세로 시험에 임하고 계신가요?

물론 사람마다 시험 유형에 따라 반응은 다릅니다. 자신 있는 분야에서는 당당하지만, 잘 모르는 영역에서는 쉽게 위축되곤 합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이직 면접에서 특히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지원한 직무나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그렇습니다. 낯선 주제에 대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입니다.


이처럼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몸의 자세도 자연스럽게 작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면접 코칭을 할 때,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강조합니다. 설령 면접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여기 아니면 어때!"라는 마인드로 무장하라고 조언합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긴장을 많이 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한 분들에게는 마인드 컨트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복적으로 긍정적인 말을 되뇌며 자신을 설득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모든 상황을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시험에서 긴장을 줄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철저한 준비'입니다. 혹시 '근자감'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뜻인데, 간혹 아무 준비 없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뻔합니다.


반대로 철저하게 준비한 경우, 자연스레 자신감이 생깁니다. 자신 있는 과목 시험을 볼 때, 시험지를 받자마자 의자를 당겨 앉고 문제를 푸는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떠올려 보세요. 면접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평소보다 더 많이 연습해 보세요. 첫 만남이 유독 긴장된다면, 그 상황을 여러 번 시뮬레이션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신감은 '근거'에서 나옵니다. 면접에서 긴장된다고 말하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따뜻한 위로와 함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긴장의 근본 원인은 성격이 아니라 준비 부족일 수 있어요." 준비를 충분히 했는지 물어보면, 실제로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성적인 성향에 면접 자리가 늘 부담스러웠고, 준비 또한 철저하지 않았습니다. 합격을 원했지만 막막함과 귀찮음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시험이나 면접뿐 아니라 모든 긴장되는 첫 순간은 준비 없이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 미팅, 인턴 첫 출근, 업무 제휴 — 이런 순간들 앞에서 조금만 더 준비했더라면, 훨씬 덜 긴장하고 더 당당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한 잠재력과 역량을 갖춘 사람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에 준비가 더해진다면, 누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진짜 '기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신감을 잃지 않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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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3일 오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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