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직원이 마이크로 매니저로 전락하는 흔한 과정

1. 당신이 당신의 일에 일가견이 있다고 해보자. 예를 들어, 당신은 아주 뛰어난 회계사다. 그리고 당신 팀은 팀원들을 잘 도울 수 있으며, 팀원들을 대신해 경영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관리자를 필요로 한다.

2. 그래서 당신은 열심히 일을 해 회계 팀을 이끄는 관리자가 되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당신은 뛰어난 회계사이니, 다른 회계사들에게 일을 잘 하는 법을 가르쳐주게 될 것이다. 안 그런가? 당신에겐 그런 능력이 있고, 당신 팀은 놀라운 팀이 될 것이다.

3. 그래서 당신은 두 팔을 걷어붙인 채 모든 사람들의 일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팀에는 온갖 희한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당신이 일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고,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도 모르겠다.

4. 팀원들이 일을 잘해야 당신이 승진을 하게 되니, 당신은 이제 모든 사람에게 제대로 일하는 법을 보여주려고 한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제대로 일하는 법을 전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5. 하지만 모든 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 팀원들은 당신이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고 느낀다. 당신이 모든 일에 일일이 개입하는 탓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지 못한다며 당신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한다.

6. 모든 게 잘못 돌아가면 갈수록, 당신은 자꾸 뒤로 물러나 당신이 잘하는 일에만 집중한다. 당신이 잘 하는 일은 회계다. 회계 팀의 관리자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라,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회계사’가 되려 애쓴다.

7. 그래서 팀원들이 해야 할 일조차 당신이 맡기 시작한다. 그리고 더 이상 팀원들의 사기를 꺾기 싫어서 그들에게 피드백도 주지 않고 우려되는 사항들도 지적해주지 않는다.

8. 그러면서 팀원들을 모아놓고 하소연한다. “우린 이 고비를 넘겨야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게요. 그러니 그냥 잘 보고 따라 하세요”

9. (일 잘 하는 사람이 승진을 하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일을 잘 한다고 평가받았던 사람이, 팀원들의 일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마이크로 매니저, 쫌생이 관리자로 변질되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 함정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10. 일단 관리자가 되면, 당신은 더 이상 회계사가 아니다. 일개 디자이너도, 일개 어부도, 일개 아티스트도 아니다. 당신이 어떤 일을 정말 좋아했든 상관없이 말이다.

11. 그래서 나는 관리자가 된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관리자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예전에 좋아했던 일, 잘 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금 당신은 예전에 잘 했던 일을 하는 사람들의 팀을 이끌어야 한다”고. “그래서 적어도 당신 시간의 85%는 관리하는 데 써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12.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관리도 일이다. 그것도 아주 힘든 일. (고로, 관리자는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자기가 잘 했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 토니 퍼델, <빌드 : 창조의 과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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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9일 오후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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