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나서 내가 받는 저녁 밥상은 음식상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다른 생각도 든다. 음식 하나를 만드는 데에 알아야 할 것 주의해야 할 것 연마해야 할 것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은. 우리가 밥 한술 나물 한 젓가락을 먹을 때도 유념해야 할 것이 그렇게 많다는 말이 된다. 만드는 기술 못지않게 먹는 기술이 필요하다. 아니, 먹는 정성이 곧 만드는 정성이다.
⠀
정성스럽게 음식을 느끼려는 자에게 맛은 도처에 있다. 게다가 이것은 음식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 것 같다. 삶을 깊이 있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은 우리가 마음을 쏟기만 한다면 우리의 주변 어디에나 숨어 있다. 매우 하찮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내 삶을 구성하는 것 하나하나에 깊이를 뚫어 마음을 쌓지 않는다면 저 바깥에 대한 지식도 쌓일 자리가 없다. 정신이 부지런한 자에게는 어디에나 희망이 있다고 새삼스럽게 말해야겠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더 많은 콘텐츠를 보고 싶다면?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9월 11일 오전 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