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은 화들짝 피지 않아 아름답다⟫

LG전자가 최근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50세 이상 부장급 이하 직원과 낮은 인사평가를 받은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발표했습니다. LG전자는 이들에게 최대 3년 치 연봉과 자녀 학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때 얼마 전 읽은 조경가 정영선 님의 인터뷰가 떠올랐습니다. 83세의 나이에도 호미와 삽을 든 현역의 조경가, 서울대 환경대학원 1호 졸업생이자 대한민국 1호 조경기술사로 한국인 최초로 제프리 젤리코상(세계조경가협회에서 세계 조경가에게 수여하는 상)을 수상했습니다. 땅에 시를 쓰는 조경가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녀의 인터뷰에서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1️⃣ 경춘선 숲길을 조성할 때


다들 조경을 꽃 심고 가로수 심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경은 한 폭이라도 더, 자연에게 자리를 내주려는 노력이에요.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애국가에 ‘삼천리 화려강산’이라고 나오잖아. 그 화려강산을 만드는 것이 조경이죠. 국토를 난개발로 두들겨 부수는 걸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나는.


2️⃣ 선유도공원을 조성할 때


한번은 아주 젊은 여자가 선유도공원에 와서 한참을 울고 있대. 내가 왜 우냐고 물으니 ‘죽으려고 왔는데 공원이 나를 위로해 줬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야. 내가 ‘너무 고맙다’고 같이 울었어.


공원이라는 게, 행복한 사람이 와서 행복하게 노는 장소이기도 해. 하지만 정말 외롭고 고통스러운 사람이 어디 하소연도 못 할 때도 찾지. 살다 보면 울고 싶은 순간이 너무나 많잖아요. 공원이 그 슬픔을 잘 새겨줄 수 있어야 해요.


3️⃣ 아산병원을 조성할 때


병원이 행복한 곳은 아니잖아. 어찌 보면 한 맺히게 고단한 사람들의 집합소 아니야. 병원에 있는 환자들, 매일 우는 환자 가족들, 의사, 간호사들… 사람한테 위로가 되는 공간이 돼야겠다 싶었지.


환자도, 가족도 가슴이 뻥 뚫리게 숨 쉴 수 있는 곳, 창 너머로나마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 때로 가족들이 와서 펑펑 울 수 있는 곳. 병원의 정원이라면 응당 그런 위로의 정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https://www.longblack.co/note/1031?ticket=NT2538aab1d5750a35f13f2b4d370c6111505b

조경가 정영선 : 들풀은 화들짝 피지 않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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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가 정영선 : 들풀은 화들짝 피지 않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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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0일 오전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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