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서 역량이 애매합니다

커리어 코칭 때 많이 들어오는 토픽이다. 나보다 잘하는 개발자들을 보며 기가 죽어 개발자 말고 PM을 해야 하나, 디자이너를 해야하나, 아예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는 건데 불행히도 이런 생각은 여자 개발자들이 훨씬 더 많이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롤 모델의 부족인데 시니어급이나 리더십에 여성 선배들이 별로 안 보이니 미래가 없다고 보기 쉽다. 지금 여성 개발자로서 어느 정도 레벨까지 올라간 분들은 뒤에 오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그 자리를 계속갈 필요가 있다. 암튼 기술 전문성에 목매며 남과 비교하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으며, AI 시대에는 더더구나 안전한 선택은 없다 ㅎ

먼저 AI 시대에 코딩 귀신이 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AI 코딩툴을 활용하는 것처럼 나보다 코딩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어떻게 활용해 무슨 문제를 풀까 바라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점점더 중요해지는 것은 소프트스킬이며 사람이건 에이전트이건 같이 일하는 협업 능력이라 본다. 그리고 기술적인 전문성 보다는 빠른 학습 능력과 실행 능력이 더 중요하다.

다음은 너무 빠르게 남과 결과론적으로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내 비교 대상이 얼마나 오랜 동안 고민해서 지금의 역량을 갖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보려 하는 것이 맞다. 누군가 나보다 무엇인가를 더 잘한다면 분명히 나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많은 경우 누군가 이 업에 쓴 시간을 보지 않고 나이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꾸준함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리더 역할을 하며 크게 달라진 점은, 어떤 문제를 풀 때 먼저 구체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실행 단계에서는 누구에게 위임할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위임에서는 문맥을 분명히 하고 기대 수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사람과 일할 때만이 아니라 AI 도구를 활용할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쩌면 ‘내 기술적 역량이 애매하다’는 감각은, AI 시대에는 오히려 전문 영역을 넘어 더 큰 시야로 문제를 바라보게 만드는 장점일 수 있다. 애매함을 사랑하자.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10월 4일 오후 7:3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