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디자인> “모든 것이 디자인은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든 것과 관련 있다.” — 디자인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디자이너에게 늘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관찰”입니다. 디자이너는 최대한 많은 것을 봐야합니다. 보는 것은 그냥 보는 것이지만 관찰은 대상을 보고 요소를 파악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해석하는 행위입니다. 관찰이 깊어지면 관점이 생깁니다. 저는 이 관점이 창의성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하게 수집하고 이해하여 자유롭게 사고합니다. 하지만 길을 잃지 말고 언제 어디에서든 다시 돌아갈 자리로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본.질.사.수]입니다.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는 대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입니다. 아트디렉션은 결코 스타일만 추구하는 작업이 아니라 언제나 대상의 본질에서부터 의미를 끄집어내 표현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일을 진행할 때 본질을 견지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종종 빠지기도 합니다. 이같은 결정의 변화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츠타야의 마스다 무네아키 회장의 말처럼 변화의 형태가 본질을 중심으로 하는 나선형의 진화여야 합니다. 일이 한창 진행되더라도 프로젝트 리더는 어느 지점에서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리더의 단순 변심과 잦은 변경은 일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고객의 단순 변심은 배송비를 내주지 않지요. 물건 구입할 때야 내가 배송비를 물면 되지만 업무에서는 그 비용을 고스란히 실무진이 진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다 어찌어찌 결과가 좋게 나오면 다행이지만 예상 외 결과가 나오면 실무진들은 큰 곤혹을 치르게 될 겁니다. 한편 결과가 좋다해서 “어찌어찌”를 그냥 넘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많은 참여자들이-특히 기획/주관부서의 프로젝트 리더가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끔찍했던 프로젝트의 과정을 말끔히 털어 버립니다. 워렌 베니스와 버트 나누스가 쓴 <리더와 리더십>에서 “관리자는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 리더는 제대로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어찌어찌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 무엇을 놓쳤는지, 어떻게 해야 했는지,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꼭 복기해야 합니다. 이를 간과해서 매 프로젝트마다, 심지어 매년하는 정기 프로젝트에서 조차도 계속 반복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솔직히 이는 귀찮은 일이고 다시 떠오르기 싫은 일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짚어가는 일은 괴로운 일이기도 하며 어쨌든 완수한 것을 잘 마무리한 성공으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이죠. 그러면 지금은 좋지만 앞으로 계속 같은 불행을 팀에게 안겨주는 리더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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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4일 오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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