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스타트업에서 성장한다는 주니어의 착각
Brunch Story
거의 5년이 지나가는 글이지만, 몇 달에 한번씩 우연히 이 글을 볼 때 마다 매번 내용이 좋다고 생각하는 글입니다. 주니어로 한정짓기보다는 그냥 직장인로써 회사 업무를 진행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느껴질때, 과연 실제로 그 업무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성장 인지 판단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글입니다.
주니어가 스타트업에 채용되어 입사했다면 대개 그 스타트업은 성장한다.
조직 내부에 있으면 외부에 있을 때보다 훨씬 성공이 크게 다가온다. 매출이 1억에서 2억으로 뛰었을 때, 고무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에 대해 다 같이 자축하고 동기 부여된다. 특히 주니어로서 많은 권한과 책임을 안고 시도한 일들이 어떤 성과를 냈을 때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와 회사의 위대함은 어디까지나 은밀하게 위대했다
어떤 모임에 나가 무슨 스타트업이라 이야기해도 아무도 모르고, 연 매출 100억 회사가 되었다고 열심히 이야기하더라도 그들입장에서는 그냥 똑같은 스타트업이었을뿐이다.
결국 대기업에 비해 보여지는건 그냥 작은 스타트업 일뿐이었다.
회사의 성장은 나의 성장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나도 꽤나 성장했다. 작은 비즈니스라도 쉬운일이 아니고,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나 잡고 이야기해봐도 '그래?'가 끝이였고, 메이저 스타트업 출신의 다른 동료분들의 비해 주늑 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의 착각은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 이라는 것만 믿었다는 것이다.
현업에 치여 매일 실무들을 쳐내다 보니 작은 성장들이 너무나 크게 보였고, 정작 '나의 성장' 에는 소홀했다. 커리어 개발의 기준을 '시장'에 두어야 하는데 단지 그 '회사' 안에서만 두었던 것이다. 그러니 시장에 나갔을 때 이야기할만한 '나의 성장'이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시장의 기준에서 통용될 수 있는 성장의 근거를 만들어야한다.
그 근거가 조직 내부의 관점에 머물러 있으면 작은 성공도 커보이고, 시장의 관점에서 인정받는 성장을 놓치게 된다. 주인의식을 갖고 몰입하는 건 좋지만 언제나 '시장'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어야 한다. 개인 커리어 관점에서 말이다.
회사의 성장과 회사 안에서 나의 성장은 실체보다 더 크게보인다.
이에 매몰되지 않도록 항상 '시장'의 관점에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게끔 유관업계 현직자들과 네트워킹 해야하고, 시장의 관점으로 나 자신의 성장을 판단해야한다.
단순히 회사의 성장에 기대지 않도록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야 하고, 단순히 숫자나 성과 위주가 아닌, 숫자의 크기와 상관없이 적용 가능한 '문제 해결 방법론과 의사결정 히스토리' 를 중심으로 기록하는게 좋다.
논리와 근거가 있어도 쉽게 무너진다.
조직 안에서는 서로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을 설득해낼 수 있지만, 외부로 나가면 논리와 근거보다 직급과 나이, 출신이 실제로 더 힘이 있었던것 같다. 그러니까 단순히 스타트업에서 '해봤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의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모아야 한다. 구직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공신력 있는 근거들을 쌓아두지 않으면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이나 성장이라는 허울 좋은 가치만 쫒는 동안 해야 하는일과 생존을 놓쳤다.
주말 없이 바쁘게 살고 있으니 퇴근 후 조금은 워라벨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쉬기도했다. 회사도 성장하고 있고 그 안에서 나도 누구보다 바쁘게, 어디서 해볼 수 없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내 경험이 재산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일에 대한 관점과 논리적인 생각이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인정받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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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9일 오전 6:59
마지막 글은 너무 슬픈 현실이 네요..
현실에 바탕을 둔 밀도 있는 글! 댓글까지 함께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