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 빅히트 방시 | 커리어리

《2019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 빅히트 방시혁 대표》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미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한들 지루한 ‘꼰대의 이야기’가 될 게 뻔하고 삐딱하게 보려면 방탄소년단이 성공했다고 잘난 척 하는 걸로 비칠 수 있어서 말이죠. 그런데, 요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이 핫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랑도 좀 하고, 제 삶의 여정에서 여러분과 맞닿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학력고사 세대인 저는 법대를 가고 싶었지만, 뭔가 쿨 할 것처럼 보였던 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2001년부터 직업 프로듀서의 삶을 시작해 JYP에서 일하다, 독립해 지금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음악 프로듀서로 살고 있습니다. 오늘 이 축사에서 어떤 말씀을 드릴까 고민하면서, 오늘의 저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화(火)’ 즉 ‘분노’였습니다. 여러분 저는 화를 많이 내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빅히트가 있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분노하는 방시혁’이었습니다. 적당히 일하는 ‘무사 안일’에 분노했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으로, 타협없이 하루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달려왔습니다. 제가 태생적으로 그런 사람이기도 하지만, 음악으로 위로를 받고 감동을 느끼는 팬들과의 약속, 절대 배신할 수 없는 약속이었기에 그래왔습니다. 그렇게 음악 산업에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달려오는 동안에도, 제게는 분노해야 할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산업이 처한 상황은 상식적이지 않았고 저는 그것들에 분노하고 불행했습니다. 작곡가로 시작해 음악 산업에 종사한 지 18년째인데, 음악이 좋아서 이 업에 뛰어든 동료와 후배들은 여전히 현실에 좌절하고 힘들어합니다. 음악 산업이 안고 있는 악습들, 불공정 거래 관행, 그리고 사회적 저평가 등등..그로 인해 업계 종사자들은 어디 가서 음악 산업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길 부끄러워합니다. 단적으로, 여러분도 ‘게임 회사에는 가더라도,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는 가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며 전세계 팬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는 우리 아티스트들은 근거 없는 익명의 비난에 절망합니다. 우리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는 부당하게 유통돼 부도덕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혁명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의 행복과 음악 산업의 불합리, 부조리에 대한 분노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꼰대들에게 지적할 거고, 어느 순간 제가 꼰대가 돼 있다면 제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엄하게 스스로를 꾸짖을 겁니다.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온당한 처우를 받을 수 있또록 화내고, 싸워서 제가 생각하는 상식이 구현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래서, 우리 산업이 상식이 통하는 동네가 되어 간다면, 한단계 한단계 변화가 체감될 때마다 저는 행복을 느낄겁니다. ‘분노의 화신’인 제가 행복을 이야기하니 모순처럼 들리죠? 그러나, 저도 행복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는 행복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 회사가 하는 일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특히 우리의 고객인 젊은 친구들이 자신만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 덧붙여, 산업적으로는, 음악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 그래서 그 변화를 저와 우리 빅히트가 이뤄낼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여러분은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종일 학업과 업무에 시달리던 고단한 몸을 따뜻한 샤워로 달래고 뽀송뽀송한 이불 속에 들어갈 때...행복하지 않나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행복한 것들도 있지만 ‘행복한 상황’도 있을 겁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려면, 여러분 스스로가 어떨 때에 행복한지 먼저 정의를 내려보고 그러한 상황과 상태에 여러분을 놓을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겁니다. 누구에게는 취업 걱정, 노후 걱정 없는 공무원의 삶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포브스에 나오는 전 세계 몇 대 부자들처럼 돈을 많이 버는 것일 수 있습니다. 명예와 권세를 누려야 행복한 사람은 당연히 명예와 권세를 좇아야겠지요. 문제는, 자신이 정의한 것이 아닌, 남이 만들어 놓은 ‘목표’와 ‘꿈’을 무작정 따르고, 그래서 결국은 좌절하고 불행하게 되는 경우가 아닐까요? 절대 그러지 마세요. 그것은 여러분의 리듬, 여러분의 스웩이 아닙니다. 사회에 나가면서 여러분이 깊은 고민 끝에 선택한 길이 무엇이든, 앞으로의 여정에는 무수한 부조리와 몰상식이 존재할 겁니다. 이런 부조리와 몰상식이 행복을 좇는 여러분의 노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건가요? [ 큐레이터의 문장 🎒 ] 대학을 졸업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글을 메모해두고 꺼내보곤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편향되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나는 왜 이 선택을 하는가? 이 선택이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이 맞는가? 내가 설정한 목표로 가는가? 그래야만 선택 후에 따라오는 예상 밖의 짐과 무게를 견딜 수 있습니다.

[전문] 방시혁, 서울대 졸업식 축사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우길" 당부

서울경제

2021년 4월 25일 오전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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