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반드시 세분화해야 하는 이유> 1. 수요를 창조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직면하는 도전 중에서 가장 감지하기 힘들면서도 중요한 도전은 '평균 고객(average customer)'이라는 잘못된 믿음이다. 2. 예를 들어, 미국 어느 교향악단의 마케팅 담당자의 업무를 생각해보자. 그의 업무는 (생각보다) 꽤 힘들다. 높은 티켓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고객들을 끊임없이 끌어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시내에 위치한 콘서트홀로 인도하여 클래식 음악의 라이브 공연을 듣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밝혀야 하니까. 3. (특히나) 클래식 음악 공연은 대개 공짜로 제공되는 다른 형태의 여러 오락거리들과 고객의 시간과 관심을 놓고 경쟁을 벌어야 한다. 4. 그동안 대부분의 음악 공연 마케터들은 잠재적 신규 고객들에게 교향곡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도록 설득하는 것이 수요를 증가시키는 핵심 열쇠라고 생각해왔다. "사람들이 문지방을 넘도록 만들라!"라는 말은 사실상 모든 교향악단 마케터들이 반복적으로 읊는 주술문과도 같았다. 그들은 사람들이 한 번쯤 용기를 내어 콘서트홀 안에 들어와 공연을 관람하기만 하면 음악의 순수한 아름다움에 사람들이 매료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5. 그러나 이러한 생각에는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바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매년 수많은 잠재적 신규고객들이 권유에 이끌려 생전 처음으로 클래식 콘서트에 관람하지만, 대부분은 다시 콘서트를 보러 오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교향악단 마케터들은 고작 콘서트 한 번 보라는 말에 설득당할 가능성이 큰 수많은 고객들을 찾아내느라 매년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6. 2007년, 9개의 교향악단들은 힘을 규합하여 자신들의 마케팅 방식이 처한 현실을 분석해 줄 연구팀을 고용했다. 그리고 2008년 중반에, 미국 전역의 교향악단에서 온 수백 명의 음악 전문가들이 덴버에 모인 가운데, '관객 확장 이니셔티브'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7. 연구 결과는, 고객 이탈이 문제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해주었다. 생전 처음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들의 이탈율은 91%라는 상상조차 어려운 수치로 나타났다. "문지방을 넘도록 하라"는 마술이 전혀 먹히지 않았던 것이다. 8. 연구자들은 교향악단 관객들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몇 개의 대조적인 그룹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오랫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콘서트에 매년 참석하는 '핵심 관객', 생전 처음 콘서트에 와서 공연 하나를 관람하는 '시험적 관객', 어느 해에 두 번가량 콘서트에 오는 '비열성적 관객', 매년 한두 번 정도 콘서트를 보러 오는 '특별 관객', 많은 콘서트를 보러 오지만 회원권을 아직 구매하지 않은 '고잠재력 관객' 등이었다. 9. 이처럼 적어도 6가지 고객 유형이 존재했고, 각각의 특성은 서로 매우 달랐다. 예를 들어, 보스턴에서 '핵심 관객'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전체 관객 중 26%밖에 되지 않았지만, 티켓의 56%를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 반면, '시험적 관객'들은 전체 관객 중 37%를 차지했지만 겨우 11%의 티켓을 구매했다. 아홉 개 오케스트라의 현황을 나타낸 통계수치들도 놀랍게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11. 즉, '핵심 고객'이 오늘의 수요를 여는 열쇠를 쥐고 있었다. 그들은 전체 관객 중 1/4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클래식 음악이 존속되는 데 필요한 매출 흐름의 대부분을 기여했다. 그렇기에 '핵심 관객'을 만족시키는 일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미 뛰어난 교향악단들은 이를 잘 하고 있었다. 12. 그러나 '내일의 수요'는 어떠한가? 미국의 교향악단들이 '고객 이탈'이라는 저주에서 빠져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시험적 관객'에 있었다. 그들은 위대한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느끼는 데 실패한 사람들로, 전체 관객 중에서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끔찍하게도 그들의 이탈률은 91%에 달했다. 13. 하지만 여기서 진짜 문제는 단순히 고객의 이탈률을 줄이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시험적 고객을 어떻게 꾸준한 관객으로 바꾸느냐"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14.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험적 관객'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부터 규명해야 했다. 그래야 그들이 진짜로 매력을 느끼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클래식 음악의 고객들이 경험하는 요소들을 78가지로 구분해냈고, 관객 유형별로 고충을 느끼는 요소를 16가지로 축약했다. 15. 그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고, 직관에 반대되는 것들이었다. 교향악단의 명성이나 연주 실력은, '시험적 관객'들을 다시 콘서트홀로 이끄는 데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판명난 것이다. 16. (이들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목록의 가장 꼭대기에 자리잡은 요소는, 다름 아닌 '주차'였다. 콘서트홀까지 편안하게 왔다가 편안하게 돌아갈 수 있는, 별 것 아닌 가능성이 관객의 재방문율을 유도하는 단 하나의 강력한 요소였던 것이다. 17. 주차는 지금까지 어떤 교향악단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문제였다. 고객들이 주차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회원들이 침묵했다고 해서 주차가 문제가 아닌 건 아니었다. 18. 핵심 관객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이동 수단을 확보함으로써 주차 문제에서 자유로웠지만, 처음 공연을 경험하는 시험적 관객들에게 주차는 굉장히 의미 있는 고충이었다. 19. 그렇게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편리한 주차를 포함해 시험적 관객들이 느끼는 불편함들을 해결하는 '킬러 오퍼'를 만들어 시범 판매하자, 티켓 판매는 34%나 늘었다. 20. (이렇듯) 수요 창출에 있어 진짜 문제는 '평균 고객'에 대한 환상이다. 평균적이고 전형적인 고객들에게 어필할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은 항상 부질없는 일이다. 평균 고객이라는 개념은 부정확성을 야기한다. 21. (그래서) 진정한 수요 창조자들은 평균 고객이라는 개념 대신에 고객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그 차이에 자신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항상 수요의 다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22. 그런 다음, 수요 창조자들은 고객들을 여러 개의 하위 그룹으로 나눔으로써 고객들을 '평균적인 그룹'의 일원이 아니라,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고 원하는지를 파악하려고 가능한 가까이 다가간다. 23. 이러한 '평균 파괴'의 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과제이지만, 동시에 거대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수요 창조자들이 다변화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이유다. -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스키 외, <디맨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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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일 오전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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