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문화2.0]
사용자 중심 사고가 필요합니다.
전•현직 HR 채용을 담당했던 선•후배님에게 실례를 무릅쓰고 한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얼마나 구직자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했고 and 하고 계신가요?
이시대의 많은 기업들이 고객 중심 사고, 고객 제일 주의 등 고객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고객 의견을 듣고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고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매우 동감합니다.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면서 5번의 이직과 6번의 직무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다양한 변화 속에서 변화하지 않은 가치가 있다면, 바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현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목소리를 현업에 반영하는 것 만큼, 쉽고 빠르게 성과를 만드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제게는 진리입니다.
HR 리크루터가 된 지금도 위와 같은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제가 리크루터가 된 배경에는 회사에 좋은 인재를 영입하여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미션이 있지만,
건강한 인재에게 좋은 회사를 추천하여 일자리를 찾고 성장을 경험하는 여정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만나는 입사 지원자가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현재 이용하고 있고, 미래에 이용하게 될 고객이라는 점을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질문하고 싶습니다. 회사의 현재와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입사 지원자라는 고객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며 채용 업무를 했고 and 하고 계신가요?
입사 지원자를 대하는 말과 행동의 친절한 정도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을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채용 과정을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많은 채용 과정에서 입사 지원자보다 회사를 더 우선으로 생각하고 채용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위와 같은 이야기를 보고 억울한 분도 계실 것 같아서 거듭 사과를 드립니다. 혹시 기분이 나쁘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성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문제 해결을 위해서 아픈 부위를 건드려야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사용자 중심 사고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인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입사 지원자를 ‘사용자’로 정의했습니다. 회사는 ‘일자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고, 입사 지원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한 ‘고객’이라는 설정입니다.
혹자는 입사 지원자가 역량과 노하우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고, 회사가 그것을 연봉으로 사는 고객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니 돈을 지불하는 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네요. 논리적이지만, 입사 지원자는 연봉만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00% 동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사 지원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있는 일을 원하는 회사에서 하고 싶은 것입니다. 더불어 회사 성장에 기여하고 함께 근무하는 동료와 즐거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싶어 합니다. 회사가 고객이라면, 왜 서비스 제공자에게 좋은 복지와 환경까지 스스로 제공하나요?
오해를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사용자 중심 사고는 무조건 입사 지원자 편을 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비합리적인 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문제 인식과 균형잡힌 해결 방안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진짜 사례 설명 들어갑니다.
1. 채용 공고
채용 공고를 봅시다. 보통 간단한 회사 소개와 직무 설명, 그리고 주요 업무, 자격 요건, 우대 사항 등 다양한 정보를 채용 공고를 통해서 제공합니다. 입사 지원자가 채용 공고를 보고 회사와 직무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모든 채용 절차가 진행된다면, 총 며칠 정도 걸리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입사 지원자가 스스로 자격 요건에 얼마나 부합하고, 우대 사항에는 얼마나 매칭이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입사 지원을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평가 받게 될까요?
우리는 입사 지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들이 더 원하는 정보가 없는지 묻고 있나요? 입사 지원자가 추가 정보를 문의하면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나요?
불충분한 정보가 묻지마 지원자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불충분한 정보가 입사 지원자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불충분한 정보가 포함된 채용 공고라는 콘텐츠는 보는 사람들에게 다른 브랜드와 차별된 이미지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2. 서류 전형
채용 플랫폼이 아닌 회사 채용 사이트로 입사 지원 서류를 제출한 지원자에게 지원 서류가 정상적으로 등록된 사실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있나요? 입사 지원 서류 검토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지원자에게 안내해 주고 있나요?
위에 채용 공고 내용에서도 언급한 입사 지원 서류 평가 항목은 무엇인지 공개하고 있나요? 서류 전형 결과에 관계 없이 합격 또는 불합격 사유를 입사 지원자에게 설명해 주고 있나요?
입사 지원자는 합격이 되어도 왜 합격했는지 모르고, 반대로 불합격 했을 때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왜 서류 전형 평가 결과를 입사 지원자에게 피드백 하지 못하는 걸까요?
물론 모든 평가 기준을 노출하고 입사 지원자가 민감하게 받아 들일 수 있는 내용까지 모두 공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서류 평가자는 사람이고, 주관적인 눈으로 입사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기 때문에 100%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입사 지원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탈락을 결정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결과를 결정하는 복합적인 요인 중에 입사 지원자에게 공개 가능한 내용이라도 알려 주는 것이 진짜 사용자 중심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3. 면접 전형
서류 전형에 통과된 입사 지원자와 면접 방식과 일정을 조율합니다. 코로나19가 바꾼 면접 문화는 비대면 온라인 화상 미팅 방식이 있습니다. 아마 많은 회사에서 면접 과정을 전면 온라인 화상 미팅으로 진행하고 있거나 일부 전형에서 온라인 화상 미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입사 지원자는 어떤 면접 방식을 선호할까요? 입사 지원자에게 물어서 확인하고 있나요?
면접 대상자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일정을 제안하나요? 1-3개?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면접 평가자로 참석할 현업 부서 담당자와 회사 대표님이 바쁜 일정 때문인가요? 입사 지원자에게 편리한 일정은 언제인지 물어보고 있나요? 가능한지 불가한지만 체크하고 있나요?
회사에 막대한 수익과 성장을 만들 인재를 채용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왜 입사 지원자가 원하는 일정을 이야기 듣고 있지 않나요? 여기서도 100% 입사 지원자의 일정을 맞추어 주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입사 지원자를 배려하는 액션을 하는 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는 옛날이야기를 상기하지 않더라도 인재를 영입하고 싶다면, 그가 회사를 만나고 싶어하는 때와 장소 정도는 먼저 편하게 물어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그의 요구가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수용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저는 이것이 진짜 사용자 중심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4. 과제 전형
요즘은 채용 절차 중 과제를 요구하는 회사가 자주 눈에 보입니다. 회사에서 겪고 있는 실제 문제를 입사 지원자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테스트하여 간접적으로 함께 일해 보는 경험을 하려는 목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과제 전형을 진행할 때, 위와 같은 목적과 배경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까? 설명하고 있지 않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입사 지원자에게 시간과 노력이라는 리소스를 소비하게 만드는 과제 전형을 너무 쉽게 요청하고 있지 않나요? 과제 전형을 수행했을 때, 보상을 하고 있나요? 입사 지원자가 제출한 과제 결과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나요? 과제 결과에 좋은 아이디어를 입사 지원자의 허락없이 현업에 반영하고 있지 않나요?
과제 전형을 채용 절차에 자주 사용하는 회사에서 채용하는 담당자님께 또 다시 사과합니다. 과제 전형은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입사 지원자의 시간과 노력, 시간과 노력이라고 짧게 표현하기에 부족한 그들의 고민과 수고를 담은 과제 결과를 얼마나 깊이 있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과제 전형 수행 기간이 일주일 정도 주어졌을 때, 과제를 수행하는 시간 속에 측정하기 어려운 입사 지원자의 노력과 스트레스를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요? 합격하면 좋은 처우로, 행복한 직장 생활을 보장할 수 있나요? 불합격자에게 1만원 커피 쿠폰, 5만원 과제비와 수고했다는 메시지로 보상이 된 걸까요?
입사 지원자의 역량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과제 전형은 인재를 채용하고 싶은 회사가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결코 사용자 중심 사고는 아닙니다. 1시간 미만으로 간단히 수행할 수 있는 작은 미션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입사하고 싶은 회사와 직무에 대해서 평소에 충분한 고민이 있었다면 1시간 미만으로 수행하지 못할 미션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사례를 흥분하며 설명하고 반복해서 질문한 것은 결국 사용자, 즉 입사 지원자 중심 사고를 하고 싶다는 스스로에 대한 외침이었습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사용자 중심으로 일을 하면서, 왜 채용 절차에서는 철저하게 회사 중심으로 일이 돌아갈까요?
"채용은 회사 입장에서 매우 신중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회사 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프레임입니다.
비즈니스는 신중하고 어렵게 의사결정하지 않나요? 실수하면 돌이키기 쉽나요?
저는 10년 이상 비즈니스 관점에서 직무를 수행했던 사람으로서 결코 위와 같은 사고를 동의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가 훨씬 더 신중하고 무거운 의사결정을 하고, 그 과정에서 놓치지 않고 가까이 하려는 것이 바로 사용자 중심 사고이며,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새로운 채용문화2.0은 사용자 중심 사고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과 대단히 다른 일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회사가 희생하고 입사 지원자만 배려하자는 의미도 아닙니다.
회사가 채용 과정에서 조금 더 입사 지원자를 위해 고민하고 채용을 진행한다면, 회사의 채용 브랜드와 세상의 채용문화가 건강하게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건강한 채용문화가 형성된다면, 취업과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커리어를 도전하는 여정이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와 함께 소통하며 나의 역량을 평가 받고 성장하는 기회로 여겨지지 않을까요?
▶입사 지원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표현으로 회사와 직무를 소개하는 채용 공고를 작성합니다.
▶채용 프로세스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일정과 평가 기준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전형 결과를 입사 지원자에게 피드백 하여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입사 지원자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수용합니다.
▶입사 지원자의 시간과 노력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모든 전형을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