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주제다. 이게 가능한 일이긴 할까? 회의감이 밀려올 때도 많다. 행복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땐 ‘내일의 목표’를 잊고 ‘오늘의 기분’에 집중해야 한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행복은 기분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인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심리학에서는 두 가지 질문을 사용한다. 1) 지난 3개월 동안 긍정적인 정서를 얼마나 자주 경험했습니까? 2) 전반적으로 당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합니까? 전자는 그간 ‘어떤 기분’으로 살았는지, 정서적 경험에 대해 묻는 질문이다. 후자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지적인 측면을 탐색하는 질문이다. 행복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이 이 두 문장에 담겨있다. 행복이란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얼마나 만족하는지에 대한 ‘생각’인 동시에 그저 순간순간 느끼는 ‘기분’인 것이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intensity)가 아니라 빈도(frequency)다.” 행복의 진리를 담은 핵심 문장 중 하나로, 심리학자 에드 디너(Ed Diener) 교수가 강조하는 행복의 법칙이다. 큰 기쁨을 추구하는 것은 행복에 여러모로 불리하다.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엄청나게 기쁜 사건은 인생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사는지를 추적한 연구에서 알아낸 사실은 큰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연구가 밝힌 또 다른 사실은 큰 기쁨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강렬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시련이 닥쳤을 때 좌절이나 슬픔도 더 강렬하게 경험한다. 큰 기쁨을 추구할수록 깊은 절망의 늪에 빠질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또한 큰 기쁨은 소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작은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사소한 불편함으로 인한 괴로움은 증폭시킨다. 친구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일상의 만족감엔 무뎌지고 별것도 아닌 어려움엔 더 고통스럽게 반응하게 된다. 큰 기쁨이 아니라 여러 번의 기쁨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은 성취하는 순간 기쁨이 있어도, 그 후 소소한 즐거움을 지속해서 얻을 수 없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살았는가?’ 이 철학적인 질문은 ‘누가 더 잔잔한 미소를 자주 지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소확행은 학문적으로도 ‘말이 되는’ 주장이다. 어차피 실현되지 않을 헛된 꿈은 버리고 분수에 맞게 작은 일에나 만족하며 살라는 부추김이 아니다. 소확행은 투자 대비 가장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을 주는 효자 종목이다. 커다란 한방, 큰 기쁨에 삶의 전부를 투자한 사람은 행복 결산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행복에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분산 투자 규칙이 유효하다. 큰 꿈을 안고 전력을 다하는 삶은 아름답다. 꿈을 이뤘을 때 느끼는 희열은 의심의 여지없이 소중한 경험이다. 그러나 인생의 행복은 짧고 강렬한 몇몇 하이라이트 장면들로 결정되지 않는다. 행복은 특별할 게 없어 기억조차 못 하는, 모래알처럼 셀 수도 없는, 평범한 장면들의 총합으로 결정된다. 행복하기 원한다면 이제부터 중요한 의사 결정의 기준을 행복의 정의에 맞게 조정해 보자. 나에게 잔잔한 기쁨을 가장 ‘빈번’하게 가져다줄 선택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이 일을 하면 일상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경험할 수 있을까?”

[조지선의 심리학 공간]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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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5일 오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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