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문제 해결하려면 상류로 가라" 세계적인 행동경제학자의 조언
Naver
우리는 자주 하류에서 허우적댄다. 원인은 상류에 있는데 하류의 지엽적인 문제에 매달려 해결하려고 아우성을 친다. ‘반복되는 문제의 핵심을 뚫는 힘’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책 ‘업스트림’은 세계적인 경영 리더 댄 히스의 야심작이다. 그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고방식으로 ‘업스트림’이라는 세계관을 제시한다.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라는 대조적인 지정학은 확실히 우리의 시야를 바꾼다. ‘수습하는 삶에서 해결하는 삶으로의 전환’을 위해 댄 히스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1️⃣업스트림이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상류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구와 강가의 하류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는데 한 아이가 떠내려온다. 곧장 뛰어들어 구해내겠지. 그런데 또 다른 아이들이 떠내려온다. 두 사람이 구하기 벅찰 정도로 많은 아이들이 물에서 허우적댄다. 그 순간, 친구가 물 밖으로 나간다. “구조하다 말고 어디 가?” 친구가 말한다. “상류(upstream)! 아이들을 물 속에 던져놓는 놈을 잡아야지.” 그가 가리키는 곳, 그가 하는 행동이 업스트림이다. 2️⃣상류로 간다는 것은 실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 🅰️사실 그런 모습은 실체적으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띄는 영웅을 좋아한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응급구조대원 등 궁지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주는 이들이 영웅 대접을 받는다. 물론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활약하는 ‘다운스트림’의 영웅은 위대하다. 하지만 우리는 애초에 궁지에 빠지지 않도록 조용히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영감을 받아야 한다. 그들은 사회 곳곳에 있다.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스마트한 건물 법규를 만들고, 십대들의 멘토가 되어 아이들이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지 않게 해주고, 구조대원들에게 수영장을 더 효과적으로 스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상류로 간다는 건, 다들 물만 보고 있을 때 눈을 들어 물의 흐름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 각자가 일상 생활에서부터 그런 ‘업스트림 사고와 활동’을 훈련할 수 있다. 3️⃣일상에서 어떻게 업스트림을 적용할 수 있나? 🅰️일상을 미시적으로 분석해보라. 반복되는 짜증스러운 문제는 무엇인가? 나는 집에서 사용하던 노트북 전원코드를 뽑아서 외부의 다른 장소에 다시 꽂을 때 마다 짜증이 났고 불편을 느꼈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전원 코드를 하나 더 사서 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 이후 나의 작업 환경은 말할 수 없이 쾌적해졌다. 업스트림 활동은 이토록 간단하다. 4️⃣그렇게 간단한데 왜 우리는 그런 방식의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않나? 🅰️문제 불감증과 터널링 때문이다. 사람들은 문제를 문제 삼지 않는 타성에 익숙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한꺼번에 많은 문제를 겪기에, 그걸 전부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기한다. 그리고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은 제한적인 시야가 되고 만다. 장기적인 계획도 전략적인 우선순위도 없다. 터널링은 우리를 단기적이고 반응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5️⃣어떤 사람이 터널링에 더 취약한가? 🅰️일반적으로 빈곤층이 터널링에 더 취약하다. 그러나 빈곤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도 터널링에 빠진다. 이유는 시간부족 때문이다. 일을 할 때 여러 문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한 걸음 떨어져서 봐야 한다. ‘금방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 문제는 없나’ 생각해보라. 6️⃣시카고 공립학교 교사들이 ‘자신을 학생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돕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지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바로 그 순간 물줄기 흐름이 바뀐 게 아닐까? (졸업률이 낮았던 시카고 공립학교가 졸업률을 획기적으로 올린 이야기. 업스트림 지점은 입학 후 1년간이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입학 후 1년간 핵심 과목에 낙제하지 않으면 졸업률이 3.5배 높아진다는 데이터에 근거해서, 그전까지 고학년에 집중하던 자원을 저학년으로 돌렸고, 4년 후 졸업률은 치솟았다.) 🅰️물론 사고의 전환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모여서 “앞으론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지켜보기만 하진 않겠다. 우리도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점이다. 머리를 모아 학생 한 명 한 명을 도울 방법을 찾아내는 그 순간이다. 7️⃣핵심이 뭔가? 🅰️큰 성공은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업스트림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자원은 겸손이다. 8️⃣겸손은 어떤 방식으로 업스트림 활동에 유익을 주나? 🅰️겸손은 완벽한 해결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집착을 막는다. 문제를 작은 것부터 시작하도록 돕는다. 오늘 노숙자에게 식사를 나눠주면 기분이 즉시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노숙자가 되는 것 자체를 예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한 번에 1센티미터, 1미터, 그 다음 1킬로미터 가다보면 흐르듯이 시스템이 바뀐다. 금연 캠페인 활동가 헌든이 주교육구의 10분의 1을 금연 구역으로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다. 결국 겸손과 지구력의 승리였다. 9️⃣업스트림으로 나아가려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희망적인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 업스트림으로의 방향 전환은 힘들다. 복잡하고 모호하고 좌절감을 안겨주고 성공까지 여러 해가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힘들게 노력해야 하는 걸까? 10년 전만 해도 어린이 5명 중 1명은 성인이 되기 전 사망했다. 사람들은 열악한 위생, 질병, 굶주림으로 고통받았다. 물론 이런 문제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은 극적으로 좋아졌고, 그것들은 업스트림 승리를 통해 거둔 결실이다. 그런 승리 중 어느 것도 쉽지 않았지만, 싸울 가치가 있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해 보라. 업스트림 작업은 다음 10년, 혹은 다음 세기가 지금보다 좋아지도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진짜 문제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력한 힘이 생긴다. 한 사람을 제대로 돕는 방법을 알아내기 전에는, 1천 명 혹은 1백만 명을 도울 수 없다.
2021년 10월 2일 오전 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