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여성 재현 비판이 ‘그런 여자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를 넘어 ‘내가 아는 한 (한미녀 같은) 그런 여자는 없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첫째, 그것은 내가 속해 있는 정체성 집단의 이미지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확인하고 싶다는 나르시시즘으로 연결될 수 있다. 여성 캐릭터에게는 옳고 선한 속박도 속박이다. “오류를 범하는 여성, 잔인한 여성이 없다면 여성의 행위성 또한 있을 수 없다.”(리타 펠스키) 둘째, ‘그런 여자는 없다’라는 규정적 명제는 ‘그런 여자는 여자가 아니다’라는 배타적 명제를 품고 있기 때문에 정체성의 특정 특질을 구성원들에게 강요하는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면 소수자 집단 내부에 또 다른 소수자가 탄생하게 된다. 한미녀는 바람직하지도 일반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그런 여자도 있을 수 있고, 그런 여자도 여자다."
* 몇몇 분들께서 1:1 메시지를 통해 질문사항을 보내주시곤 합니다. 그중 같이 한번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싶은 내용들을 추려서 Q&A로 다뤄보고자 합니다. 몇 편의 시리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제 생각을 성심성의껏 적어봅니다.
01. 이 질문을 받고 '와 정말 좋은 질문이다'라는 감탄을 했습니다. 저도 과거에 정말 자주 했던 고민이자 지금도 잊을만하면 가끔씩 스스로를 파고드는 물음 중 하나거든요.
특히 질문 자체가 '제가 내는 아이디어에 자신이 없어요'라든가 '기획하는 일 자체가 어렵고 무한한 책임감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