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초강국(AI SUPERPOWERS) / Kai-Fu Lee 조지 길더는 인공지능의 몰락을 천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싸움도 양쪽 말을 다 들어 봐야 한다는데, 구글 입장도 들어봐야지 않겠나. 실제로 저자 리카이푸는 인공지능의 선구자이기도 하며, 구글 차이나의 사장직을 지낸 바 있다. 딥러닝의 탄생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업적들을 세워가고 있다. 저자는 중국 AI 공룡기업들의 탄생과 지난 업적들을 소개하고 O2O에서 OM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합병; Online-Merge-Offline) 환경으로의 진화를 예견한다(물론 인공지능의 역사와 기본 원리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이어서 인공지능이 촉발할 수 있는 여러 문제 또한 제기한다. 인공지능 전문가로서 펼쳐내는 그의 통찰엔 지난 세월 축적된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기술, 자본 격차로 인한 미국과 중국 중심의 양극형 세계질서, 초 인공지능을 향한 디스토피아파적 견해, 대거 실업사태의 촉발과 함께 파생되는 인간 존엄의 문제 등 조지 길더의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물론 보안과 개인 정보 관련 문제도 잠시 언급되었으나, 까다로운 미국인과 비교적 관대한 중국인들의 인식 차이로 넘겨버린다. 어쩌면 [구글의 종말]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개중에 가장 와닿았던 건, 인간 존엄의 문제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기계가 다 할 수 있다면, 아니 오히려 더 훌륭하게 해낸다면,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저자의 말처럼 산업혁명 후 몇 세기가 흐른 지금, 일은 우리에게 있어 생계 수단을 넘어 개인적 자부심과 정체성,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원천이 되었다. 우리가 사교 모임에 나가 자신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직업이다. 실직은 삶의 의미 상실과 우울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발전은 늦던 빠르던 대규모 실직 사태를 예견하고 있다. 물론, 기술 낙관론자들의 의견처럼 결국 자손들의 생활은 좋아질지도 모르겠다(그것도 아닐 확률이 더 높아 보이지만).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면 도저히 손놓고 구경할 수가 없다. 저자는 이 ‘진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 책을 덮고, 결국 리카이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인간으로서 사랑하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으로 시작해, 인문학으로 끝났다는 생각이다. 과학 발전에 있어 인간으로서 주체의식과 정체성을 잊는 순간, 본질적인 목적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알파고는 세계 최강이 되었지만, 기쁨은 느낄 수 없었다. ‘아직’ 기계와 인간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과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많은 것을 누리게 해주었지만, 그대로 타성에 젖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학과 미래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 끝에 기계가 있을지, 인간이 있을지도 우리가 선택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