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나는 왜 쉬지 않았을까?> 스타트업에 들어와 일하기 시작한 지 만 3년이 되었다. 전 구성원이 약 70명 정도이던 때 들어와 200명이 넘는 순간을 보기도 했고, 회사가 점점 복지와 인사 제도를 갖추며 회사 다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기도 했다. 회사다워지는 과정에서 가장 최근에 조직적으로 겪은 변화는 '연차사용촉진제도' 의 도입이었다. 기존에 우리 회사는 연차를 기간 내 소진하지 못하면 이월을 시켜줬다. 그리고 이월을 거듭하다가 쌓일대로 쌓인 휴가는 퇴사할 때 일괄적으로 비용 처리를 해주고 있었다. 이로 인해, 회사는 퇴사자 발생 시 연차에 대한 큰 비용을 지불해야했고, 구성원들은 연차를 휴식보다는 퇴사할 때 받을 수 있는 예적금 정도 일정 부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는 연차사용촉진제도를 도입하게 되었고, 2022년 부터는 더 이상 휴가 이월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나는 2022년 한 해 동안 '45일의 휴가' 를 사용할 수 있게 혹은 사용해야만 하게 되었다. 1년 동안 45일을 휴가낼 수 있다는 것은, 12개월 중 영업일 기준 2달 정도는 휴가를 내고 쉴 수 있다는 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많이 쉴 수 있어서 좋겠다.' 라고 이야기 하곤 하는데, 정작 나는 이 많은 휴가를 어떻게 써야할 지 막막함을 느꼈다. 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이라서 4시 이후에는 자유롭게 퇴근이 가능하고, 잔여 휴가는 이월되니 지난 3년 동안 휴가를 쓰려고 노력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으로 '언제 쉬면 좋을까?' 를 필사적으로 고민해보게 되었다. 연차사용촉진제도가 시행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 휴가를 다쓰면, 내 일은 누가해?!' 라는 생각이 들어 제도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데, 휴가 사용 계획을 고민할수록 '왜 그 동안 나는 쉬려고 하지 않았지?'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딱히 휴가 내고 할 게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쉴 수도 있고, 보고 싶은 드라마 맘껏보고, 줄 서서 먹는 맛집은 웨이팅을 하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데 말이다! 그리고 휴가를 매월 낼 생각을 하니, 일을 미루지 않고 미리 끝내야한다는 생각에 평소에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느끼고 있다. 물론 휴가 직전 며칠 동안은 야근을 피할 수 없고, 아직 2월이라서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는지는 단정하긴 이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통한 리프레쉬가 연차의 가치라고 이야기하는 회사의 말처럼, 2022년 한 해는 아마 그 어떤 해보다 맘껏, 많이 쉬면서 잘 쉬는 것의 가치를 느끼는 해가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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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8일 오후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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