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나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나라는 개인은 단일하지 않다. 내 안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자아들 중에서, 상황에 맞게, 잘 선택해서 밖으로 꺼내놓는 것. 이것을 사회화의 과정이라고 일컬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자아들 중에서 '일하는 나'를 잘 정리하고, 잘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
이것은 이력서와는 조금 다르다. 나는 이력서를 쓴다, 라는 행위가 항상 좀 불편했다. 또는 귀찮았다. 지금 되돌아보면, 이력서의 목적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력서는 이 문서를 읽고 평가하는 상대방이 존재한다. 이 상대방에게 나란 사람이 당신이 찾는 그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빠르게 이해를 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니까. 하지만 이력서를 열심히 쓰던 시절의 나는, 나라는 사람 전부를 1장짜리 pdf 에 전부 다 담아내야 한다는 강박이 강했다. (인터스텔라에 빙의하자면.. 그 시절의 나에게 그게 아니야! 라고 소리쳐주고 싶다.)
암튼, 그랬기 때문에 나는 링크드인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 내 이력서를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해야 하지? 라는 의문에 깔려있는 밑바닥 생각은, 왜 내 이력서가 전세계 모두를 대상으로 평가받아야 하지? 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그렇다.. 나는 매우 내향적이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
시간이 한참 흘러흘러, 지금의 내가 깨달은 것들은 이렇다.
- 내가 가진 '일하는 자아'는 내가 가진 힘(강력한 무기)이다.
- '일하는 자아'로서 내가 배우고 깨우친 것들은, 혼자만 알고 넘어가는 것보다, 누군가와 나눌 때 더 힘이 세진다.
- 이를 연결고리 삼아, 기존에 전혀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사람들/생각하지 못한 기회들로 이어지기도 한다.
- 근데 '일하는 자아'는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것보다 한데 모아두면 더욱 강력해진다. 왜냐면, 나라는 사람의 색깔이 더 또렷해지기 때문에. (추가로, 내가 여기저기 산재된 것을 스트레스 받아하는 성격이라 더 그런 것도 있다.)
그리하여, 나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이력서가 아니라, 나의 일하는 자아를 한데 잘 정리하고, 누군가와 연결-공유되기 위한 목적으로 써 먹을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에 내가 부지런히 사용해 온 소셜미디어들(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이 목적에서는 조금씩 불충분했고.
이번에 커리어리에서 새로 만든 MVP가 드디어 나왔다. 이름은 마이 브랜딩 페이지이고, 팀 안에서는 줄여서 '마브페'라고 부르고 있다. 심플하다. 나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정리된 페이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입력하는 과정에서 내가 가장 즐거웠던 것은, 나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라는 걸 고민하는 과정이었다. 내가 가진 수많은 자아들, 그 중에서도 일하는 내가 가진 수많은 모습들 중에서 나는 어떤 걸 드러내고 싶은가? 이 질문에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하다보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더라.
그래서 아래는 나에 대해 만들어본 것.
누구나 써 보실 수 있도록 전체 공개는 4월 초에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