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에서 과장이 되고, 과장에서 차장이 되는 ‘승격'은 보상의 의미가 크다. 승격이 되면 급여도 인상되고 직함도 달라진다. 따라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했거나 해당 업무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승격의 요건이 된다. 리더, 즉 장(長)으로 ‘승진’하는 것도 보상의 의미일까? 차장 승진과 팀장 승진의 의미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리더로 승진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조직은 신임 리더가 실무 능력과 함께 조직을 이끌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는 ‘피터의 법칙 The Peter Principle’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자리까지 승진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모든 자리는 무능한 구성원에 의해 채워지게 된다. 업무는 무능력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구성원에 의해 수행된다”. ‘팀장일 때는 잘했는데 임원이 되더니 사람이 이상해졌다'거나 ‘본부장일 때는 회사를 짊어질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장감은 아니었다’는 뒷담화가 귀에 설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피터의 법칙’이 발현된 모습이다. 실무 능력이 있고 리더로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승진했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피터의 법칙이 발현되는 것은 실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실무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리더로서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사위원회에서 신임 리더에게 조직을 맡기는 안을 논의할 때면 늘 ‘시키면 누구나 다 한다’와 ‘준비가 된 사람을 시켜야 한다’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대부분은 ‘시키면 다 하게 되어 있다’로 수렴한다. 조직을 맡을 준비가 된 후보라고 생각하고 논의를 하다 보면 리더로서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결국 설왕설래하다가 ‘에이, 시키면 김 차장 잘 할거야~’하고 마무리된다. 그만큼 리더의 검증은 어렵다. 아무리 잘할 것 같더라도 리더 자리에서 그 일을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뽑을 때도 검증하고 또 검증해서 잘 할 듯 해서 뽑았어도 실망한 적이 있지 않은가? 미국의 고속도로에서는 뒷면에 ‘How am I Driving?’라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나 웹사이트 주소가 쓰인 차량을 종종 만난다. 대개는 트럭이다. 운전을 험하게 하면 신고해 달라는 의미이다. 이 문구를 부착한 차량의 사고율은 평균과 비교해 22%가 낮고, 사고 관련 비용은 52%가 적다고 한다. 리더의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그 일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기대일 뿐이지 확신이 아니다. ‘피터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리더는 무능자 후보군이다. 리더는 완성형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내가 제대로 장(長) 역할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의심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가? How am I Leading?’이라고 직원들에게 꾸준히 물어보라. 직원들의 신고로 나의 난폭운전이나 과실을 줄일 수 있다면, 반대로 ‘피터의 법칙’을 거스를 가능성은 높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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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6일 오후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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