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_창업일지 00. 어쩌다 창업? 0. 20년도 하반기에, 그러니까 뽀시래기 대학생 시절에 지나가는 말로 우리 창업이나 할래? 하며 친구에게 농담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스타트업은 내게 '뭔진 모르지만 과 친구들이 하는 사업' 정도였고, 내가 스타트업을, 그것도 창업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1. 어느 날 친한 친구로부터 프로젝트 제의가 들어와 함께 팀을 꾸려 시작하게 되었다. '리필러블'이라는 이름의 사회공헌 프로젝트였는데, 기숙사에 세제나 샴푸 등 자판기를 만들어 거주자들의 편의는 높이고 플라스틱 사용은 줄이자는 내용이었다. 참가했던 대회 상금으로 책장과 세제, 태블릿을 구매해 기숙사 세 곳에 DIY 자판기를 설치하고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신청자 수도 꽤 많았고, 세제도 꽤 많이 나갔던 것 같다. 2. 한참 재미나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와중에, 이거 프로젝트를 할 게 아니라 아예 제대로 사업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 친구가 원래부터 창업 계획이 있었기도 하고, 팀 핏도 꽤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휴학 후 사무실을 구해 출근하고, 아이템을 피벗하고, 팀의 일원으로서 스킬을 쌓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만한 급발진도 없다 정말…) 매일 9시에 사무실로 가서 UX/UI 디자인을 공부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보고, 사람들 인터뷰도 해 보고. 집에 가지 못해도, 피곤해도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3. 호기롭게 시작한 첫 팀은 얼마 가지 못해 깨져버렸다. 우리는 너무 준비가 안되어있었고, 사람 사이에 신뢰가 깨지는 일까지 생겨버렸다. 도저히 팀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 하에 팀을 나오겠다고 선언했다. 팀을 깨면서 스타트업, 그리고 내 포지션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았다. 내가 여기서 하던 일이 재미있나? 더 하고싶은가? 음… 이런 류의 일이라면 계속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 나 조금 더 해 봐야겠구나. 어떤 거창한 계기가 있어서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닌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스며들었구나. 4. 팀을 깨며,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을 한 지인에게 털어놓았다. 새내기때 동아리에서 만난 오빠인데,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다. 그 오빠는 내게 격려와 지지, 그리고 도움이 될 만한 조언들을 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그 오빠도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오빠네 팀은 나의 이전 팀과는 완전 반대 성향의 팀이었다. 단편적으로 우리는 개발자가 없었는데, 오빠네 팀은 개발자밖에 없었던 것 등등… 아무튼 오빠의 아이템이나 사업을 하려는 이유, 팀 특성 등 그날 흥미로운 대화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5. 그리고 3일 뒤쯤, 오빠가 본인 팀에서 같이 일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주었다. 예상 못했던 일이라 당황하면서도 나를 인정해준 오빠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합류는 사실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당장 할 일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내가 잘 하는 것과 이 팀이 잘 하는 것이 너무나 달라서 합치면 환상의 조합이 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첫 미팅에서 이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걸, 그리고 나도 이런 팀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장장 1년간의 창업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01에서 계속 -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2년 6월 10일 오후 6:27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