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데이터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 01. 브랜딩 하는 사람들은 데이터와는 거리가 멀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그로스를 담당하는 조직보다야 덜하겠지만 브랜딩에서도 데이터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세세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향을 샥샥 바꾸기보다는 큰 흐름을 참고하고 다양한 변화를 예측해 보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게 더 정확하다고 봐야겠죠. 02.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에게도 데이터를 꼼꼼히 보고, 추적하고, 예측하고,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링크에 담긴 글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지표에 일회일비하며 잘못된 가설을 세우고 나아가 무리한 상관관계를 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꽤 많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03. 개인적으로는 정확한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면 그저 데이터를 팩트로만 바라보고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없음'으로 결론짓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없이 '감'에만 의존하는 브랜딩도 위험하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데이터 안에 존재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상상으로 창조하는 버릇일지도 모르거든요. 간혹 이런 걸 '데이터 넘어의 인사이트'라고 규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아주아주 아마추어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너머에 있는 게 팩트일지 판타지일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04.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데이터를 역으로 활용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이런 데이터도 있고, (그와 상반된 결과의) 저런 데이터도 있으니 이 둘은 상관관계가 없다라고 보여주거나 여기선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지만 저기선 저런 현상이 두드러지니 어느 한쪽을 트렌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식이죠. 05. 제가 이런 방식으로 지표를 활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기 때문이죠. 이런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내가 해보고 싶은 걸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데이터를 끌어오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답정데 (답은 정해져있으니 그에 맞는 데이터를 고른다)'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러니 방향을 정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데이터는 딱 사실에 근거한 정도의 어시스트만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객관적이고 신중한 의사결정이 가능하기도 하고요. 06. 한때 비타민 논쟁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활용하는 데이터에 따라 누구는 현대인에게 비타민 A가 부족하다고 하고 누구는 B가 부족하다고 하고 누구는 C, D, E가 부족하다는 식이었죠. 이들 각자가 내세우는 논리를 보면 우리가 곧 비타민 부족으로 죽음에 이를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영양소들만으로도 전반적인 비타민 필요량을 거의 다 채운다는 결과가 나와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07. 저는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세일즈든 기획이든 한 가지로 답을 내리기 어려운 분야에서는 데이터 사용해 훨씬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충 방향이 정해졌으니 그에 걸맞은 기사나 통계를 좀 짜깁기 해서 기획서 헤드라인을 만져보자'라는 식의 접근은 정말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니까 어떻게든 우리가 그 트렌드를 좀 잘 만져서 확신을 심어주자'는 태도 역시 매우 무책임하다고 보고요. 08. 그러니 가끔은 데이터를 보고, 있는 그대로의 담백한 결과를 낼 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데이터만으로는 파악할 수 있는 게 없네요', '현재로서는 확신할 수 포인트가 없네요', '비교 군이나 표본이 많아지면 그때 다시 한번 들여다봅시다' 같은 말들이 절대 창피한 게 아니니까요. 진짜 창피한 행동은 멀쩡히 존재하는 데이터 안에 우리들의 감성을 집어넣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라는 걸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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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20일 오전 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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