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은 '동네'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유난한 시절입니다. 부릉, 오늘회, 정육각, 제가 사랑하는 왓챠까지 모두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거나 낮아진 기업가치로 인해 투자금 유치에 빨간불이 켜졌죠. 훈풍이 부는 계절에는 바람이 선선하지만, 엄동설한 추위에 바람은 매섭기만 합니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잠재력과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는 분위기에서는 스타트업의 무리한 인력확충, 인수합병(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합병)이 광폭행보였지만 글쎄요. 지금은 좌충우돌, 자충수가 됐습니다. 당장 위기신호가 감지되지 않은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버티컬로 계속 취급물품을 확장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컬리'는 화장품을 팔기 시작했고, '오늘의집'은 두유와 오쏘몰 같은 식품을 취급하기 시작했죠. 당장 흑자를 보지 못하더라도 일단 몸집을 키워서 매출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는 계획입니다. 어떻게 될까요? 제가 사랑하는 당근마켓도 비슷합니다. 동네기반으로 제약을 두었던 콘셉트 덕분에 커뮤니티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 이웃 간의 유대감을 가져갈 수 있었죠. 그런데 최근 당근마켓에서 집과 회사, 경기도와 서울로 동네를 바꾸더라도 별 차이가 없는 검색결과를 볼 때가 많습니다. '내 물건 팔기'가 아닌 광고료를 내야 하는 '중고차', '부동산' 등이 그렇죠. 동네를 바꿨는데 바뀐 게 없다? 당근마켓이 가진 정체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당장 돈이 더 되더라도 가면 안 되는 길이 있습니다. 즉,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당근마켓 회원수는 3,2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월간이용자수가 1,8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매출이 2배 늘었지만 동시에 적자도 2배 늘었습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8배 늘어나는 동안 영업손실액은 5배 늘어난 셈이죠. 작년 영업손실액은 352억 원인데 당장 매출을 크게 늘릴 방법, 수익을 개선할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주목받는 것이 '광고사업'입니다. 현재 광고는 당근마켓 수익의 99.2%를 차지합니다. 지난 11월 10일, 당근마켓은 마케터를 위한 광고 솔루션을 출시했습니다. 기업 내 마케팅 담당자, 광고대행사, 미디어랩사 등 큰 규모의 광고 집행을 원하는 광고주를 타깃으로 한 광고주용 솔루션을 새로운 수익모델로 제시했죠. 당근마켓은 동네(위치기반) 서비스인 만큼, 거래품목이나 거래액, 매너온도 등을 조합해서 타깃 광고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증권가에서는 당근마켓을 통해 광고 서비스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자수가 약 347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전체 자영업자(551만 명)에서 당근마켓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산업 비중을 고려한 결과라 실제로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봐야 합니다. 비즈프로필은 특정 단어를 검색하면 업체의 프로필을 노출해 주는 '검색형 광고'인데 현재 가입자는 60만 명입니다. 이용자가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최소 100원이 과금되는 방식이죠. 희망적으로 계산할 때 현재 약 10% 수준인 비즈프로필 침투율을 50%까지 끌어올리면 1,200억 매출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저희는 지금은 배너 파서 자동차 광고, 보험 광고를 하기는 싫거든요. 당장은 광고나 중고거래로 돈 버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지역주민들이 매일매일 들어와 보는 앱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되면 그 트래픽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2021년, 9월 10일. 당근마켓 창업자 김용현 님 바이라인네트워크 인터뷰 중 당장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대기업 광고가 아니라 로컬 중심으로 당근답게 나아가겠다는 의지였습니다. 그러다 올해 6월, 프랜차이즈 기업 대상 브랜드 프로필 기능이 생겼고 배스킨라빈스와 제휴를 맺어 운영했습니다. 당근마켓이 만든 새로운 광고 상품의 첫 파트너가 SPC 배스킨라빈스였죠. 저는 쿠팡에서 광고와 관련한 UX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광고에 관심이 많고, 당근마켓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당근마켓 메뉴 중 '내 근처'를 누르고 '중고차 직거래'를 누르면 여러 자동차 매물이 있습니다. 당근마켓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고 등록하려면 광고비를 내야 하죠. '내 물건 팔기'와 달리 광고비를 내야만 노출되는 상품입니다. 문제는 제가 사는 동네와 회사가 있는 동네에 나타난 매물이 거의 비슷하다는 겁니다. 동네를 바꿔도 비슷한 매물이 유사한 순서로 나타나죠. 동네기반이 무너진 느낌입니다. 당근마켓에 프랜차이즈 광고가 많아지고, 대기업 광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당근마켓의 정체성이 약해진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매출, 수익 앞에 장사 없지만 동네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로 사랑받은 당근마켓이 고유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당근마켓은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 RBBM

REDBUSBAGMAN | 빨간색 광역버스에 백팩을 메고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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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3일 오후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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