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하기)보다 똑게(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가 되라.’ 리더십 코칭에서 빠지지 않는 훈수다. 현장 리더들의 말을 들어보면 실행이 쉽지 않다.


‘게으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리더로서 모든 면에서 즉문즉답해야 똑똑함이 증명될 것 같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 때 승상 진평과 서한시대의 승상 병길 이야기는 ‘똑게 리더십’에 시사점을 준다.


효문제가 우승상 주발에게 1년간의 수입액과 지출액을 묻자 등줄기에 진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답하지 못했다. 황제가 좌승상 진평에게 같은 질문을 하자 그는 태연하게 “각각 담당자를 찾아서 물으면 된다”고 공을 넘긴다. 황제가 ‘그럼 재상은 도대체 무슨 자리인가?’라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재상이란 위로는 천자를 보좌하여 음양을 다스리고 사시를 순조롭게 하며, 아래로는 만물을 알맞게 기르고, 밖으로는 사방 오랑캐와 제후들을 어루만지며, 안으로 백성들이 서로 친목하게 하고, 경대부들이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주발이 “왜 진작 가르쳐주지 않았느냐?”고 탓하자, 진평은 “재상 일을 하면서 그 역할도 몰랐느냐!”며 무안을 준다. 능력 부족을 실감한 주발은 병을 핑계로 자진 사퇴한다.


두 번째 ‘똑게 리더‘의 모델은 서한시대의 승상 병길이다. 그가 시찰을 나갔는데 길에서 민간인 패싸움이 벌어져 사상자가 숱하게 발생했다. 모르는 척 통과한 그는 소가 헐떡이며 혀를 빼물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관심을 표하며 상세한 질문을 했다.


세간에선 “물어야 할 것과 묻지 말아야 할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라고 수군거렸다. 병길은 “패싸움은 치안 담당자가 조치하면 된다. 소가 헐떡이는 것은 재해의 징조라서 승상으로서 근심할 일”이라고 설명한다.


‘직책에 맞게 일을 처리한다’는 병길문우(丙吉問牛)의 유래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리더는 모든 것의 큰 줄기만 파악하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흉노의 침공 때 그는 황제에게 신속하고 상세하게 보고를 올렸다. 국방은 승상의 중요한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똑게 리더’의 메시지는 3R다. 1️⃣Role, 자신의 직책에서 급선무가 무엇인지 알라. ‘무엇이 중요한’ 일인지 파악하라. 무조건 실무 담당자에게 넘기는 것도, 만사를 도맡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와 디테일 경영은 한 끗 차이다. 우선순위 업무만은 ‘100-1=0’식으로 챙기는 게 필요하다.


2️⃣Require, 리더가 담당자보다 실무를 잘 알 수는 없다. 질문과 요청으로 과정을 챙기고, 지시-지원을 병행하고 평가하라.


3️⃣Reflect, 통찰하라. 똑게의 게으름은 나태, 공백이 아니라 미래 대비다. 변화를 분석하고 미래 통찰의 시간을 선제 확보하라.

[김성회의 고사성어 리더십] `똑게 리더십` 3가지 법칙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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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의 고사성어 리더십] `똑게 리더십` 3가지 법칙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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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31일 오전 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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