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hatGPT를 시작으로 노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기업에서 가히 ‘혁신’이라고 할만한 AI들이 많이 출시되었다. 특히 업무툴에 AI기능이 더해진 것을 보고, 정말 우리의 일상이 혁신적으로 바뀌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AI라고 하면 떠올릴 수 있었던 시리나 빅스비, 그리고 여러 스피커 등의 가전제품들은 우리의 일상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지는 못했다. 왜냐면,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기계에 AI기능이 있었던 것뿐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의 AI를 보며 산업혁명의 시대의 컨베이어 벨트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컨베이어 벨트는 기계화, 자동화를 통해 일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경제성장을 가속화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가격이 낮아졌고 소비가 늘어났다. 풍부한 자본으로 기술도 발전하게 되었고, 인프라와 행정, 교육 등 삶의 모든 것들이 완전히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일하는 방식이 바뀐다는 것은 바로 이렇게 살아가는 방식, 즉 일상이 바뀐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AI는 컨베이어 벨트, 컴퓨터와 맞먹을 정도로 가장 큰 산업혁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건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인구 절벽과도 맞물리는데, 우리가 맞이할 인구 절벽의 시대에서 현재와 같은 수준의 경제, 복지, 행정 시스템 등을 유지하려면 인구가 줄더라도 똑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리적 노가다는 기계가,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는 오피스 노가다는 AI가 하는 세상이 필연적으로 와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건 그냥 ‘짜잔!’하고 등장한 신기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생존을 위해 먹고, 마시고, 입는 방법을 배우지 않으려는, 혁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많은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 대학교 정원이 미달하고 문을 닫는 학교들이 생겨나고 있다. 거기에 SNS, 유튜브, 오픈마켓 등 개인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커지면서 회사에 근무하려는 사람들의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세상에서 사람들이 회사에서 일하게 하려면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외에 더 큰 가치를 근로자에게 느끼게 해야 한다. 왜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지, 같이 회사에서 일함으로써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계속 이야기 해줘야 한다. 앞으로 이것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단순히 MZ세대라서가 아니라 큰 변화의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
노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업무툴에 AI를 도입한 건 노동자들이 더 적게 일했으면 좋겠다 바래서일까?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물건을 팔지 않는다. 기업에게 팔지. 내가 당장 5년 안에 엑싯을 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냥 혼자 잘 먹고 잘살겠다고 하면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기업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더 적은 사람을 고용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컴퓨터를 쓰지 않는 회사가 있나? 이제는 AI를 배우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한다. 우리 회사는 개발자도 없고 별로 상관없는 직종이니까 ‘우와, 신기한 기술이다!’라고 넘어갈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공산품 세상 속에서는 수작업으로 만든 작품들이 더 가치를 발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AI가 할 수 없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능력들도 기업에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도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잘하는 사람, 발표를 잘하는 사람, 호소력 있게 다른 사람을 고취할 줄 아는 사람. 이것은 인간만의 ‘소통’이라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업의 문화와 인재상은 ‘소통’에 초점을 두고 나아갈 것이다.
인간은 인간다울 때 최대의 생산성을 발휘한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감동시키고, 동기를 불러 넣어 일으킬 수 있는 일들. 이런 이유로 나는 임금은 더 올리고 근로시간은 주 20시간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걸 위해서는 업무 자동화와 기술발전이 꼭 뒷받침이 돼야 한다.
그래서 나는 AI가 참 반갑다. 드디어 저노동 고효율의 시대가 정말 조금씩 보이는 거 같아서. 그런데 이런 시대의 흐름 속에도 아직, 오랜 시간 엉덩이 붙이고 있는 것이 돈 값(월급)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도 있다.(물론 그게 일을 잘 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근로자도 있다.)
컨베이어 벨트를 먼저 적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했던 헨리 포드도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일 8시간 근무를 주장했다. 시간은 금이다. 헨리 포드는 사업가인데 노동자들을 정말 위해서 그랬을까? 한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저 주장이 1920년대인데 왜 100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8시간 일하고 있는 건지는 좀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