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힘껏 하고 있는데도 더 하도록 몰아붙이는 격려’를 의미한다. 이 말을 좋아하는 분들(특히 리더) 중 상당수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야 일을 잘한다고 오해하신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불안은 힘을 내도록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학점이나 근무 성적 등은 불안과 어느 정도 긍정적 상관이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사회와 집단에서 사실이다. 필자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경우를 자주 관찰해왔다. 즉 일정 수준으로 불안해야 공부나 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하긴 조금도 불안하지 않는데 어떻게 공부나 일을 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상태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는 불만족과 두려움이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에너지로서의 불안이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불안을 잘못 건드려서 특정한 일이나 영역에 집중되게 하면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수학 과목을 통해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일반화할 수 있는 정보로 만들어주는 연구가 있다. 심리학자 코니 바로소(Connie Barroso) 미국 텍사스A&M대 교수 연구진이 최근에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의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1992~2018년 세계 각국에서 발표된 수학에 대한 불안과 수행 수준에 관한 연구 223개를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매우 중요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단 상식적인 결과부터 알아보자. 수학에 대한 불안이 높을수록 수학과 관련된 다양한 종류의 시험 성적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 의외의 사실이 확인됐다. 수학에 대한 걱정이 수학에 대한 감수성(emotionality)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불안을 느끼면 그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회피해 어려운 것일수록 절대 하지 않으려는 회피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한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 인종, 성별을 통틀어 공통된 현상으로 나타났으며, 대입 시험과 같이 중요한 시험과 쪽지시험 같은 간단한 테스트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평가나 학습에 대한 일반적인 불안과 수학 수행점수 사이의 상관은 매우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시험이나 평가 자체가 학생들과 직원들에게 공부와 일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모든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가능하다. 시험과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것 자체를 없애면 성취 의욕이 강한 사람들의 동기가 사라지는 위험이 크다. 동기가 약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것을 하게 만드는 안전장치도 사라진다.
하지만 이를 통해 나오는 피드백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훨씬 더 격려와 칭찬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려야 하고 필요하다면 주도적인 방식이 돼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넌 이 일을 잘할 수 있고 지금 이런 것들을 해내고 있다”면서 성취하도록 격려함과 동시에, “이 일에 대해 지켜보고 평가할 거야”라는 불안의 긍정적 자극을 조합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그리고 올바른 주마가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