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진행한 다면진단 결과를 받아보고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저와 팀원들의 인식 차이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입니다. 특히 놀랐던 점은 경청과 자율성 부문입니다. 저는 평소 팀원들 의견을 잘 들어주고 믿고 맡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팀원들의 응답은 거의 반대였어요. 지난 몇 달간 회의 장면들이 스치면서 특정 직원이 유독 점수를 낮게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마음이 영 불편하더라고요.”
최근 자기인식이 리더십 개발에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내가 나를 보는 방식과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방식을 비교하고, 이를 통해 의사결정과 대인관계를 개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하여 성과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자기인식은 메타인지를 활성화시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게 하고, 이것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조직의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조직에서 중요한 것은 리더가 하는 일이나 그 방식이 아니라 리더가 하는 일과 그 방식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해석하는지 아는 것이다. 메타인지를 통한 자기인식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자기객관화 능력을 높이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잘 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학이나 경영학 연구에서도 리더들이 자신을 정확히 알 때 더 자신감 있고 일관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타인들과 효과적인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상호 간의 협력이 증진하며 의사소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 향상된 의사소통은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업무 성과를 높인다. 스탠퍼드대학에서는 리더의 성공을 예측하는 역량 중 하나로 자기인식을 IQ와 기술적 능력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다.
아울러 리더의 자기인식 능력은 의사결정의 수준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캐다나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의 경영학자 미첼(J R Mitchell)은 미국 내 460여 개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CEO들이 생각보다 의사결정에서 실수를 많이 하며 이런 의사결정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때 성패의 핵심은 CEO의 자기객관화 능력에 달려 있었는데, 자기인식이 되는 경우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36%인데 비해, 자기인식이 잘 되지 않는 경우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확률이 무려 70%에 달했다.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실수를 줄이는 핵심이며, 따라서 리더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 유수 비즈니스 스쿨들은 모두 리더십 개발의 중요한 단계로서 자기인식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리더의 자기인식이 리더십 개발과 경영 성과에 중요한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음에도, 정작 리더들은 자기인식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이유는…
1️⃣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잘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영웅적인 리더십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나를 알고 나답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의 위인들 또는 스티브 잡스나 제프 베이조스 같은 최고 CEO들의 리더십을 벤치마킹하면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 왜냐하면 내가 처한 상황은 그들의 상황과 다르고 나는 스티브 잡스도, 제프 베이조스도 아니기 때문이다.
2️⃣리더들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게 만들고 그래서 자신의 그것과는 모순된 증거를 무시하면서 종종 잘못된 결정과 행동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자기가 한 결정이나 행동의 이유를 이성적이고 의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이성적인 방식으로만 작동하지 않으며, 우리의 판단에도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리더들이 경험이 적은 리더들에 비해 자기인식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3️⃣리더로서 힘과 권력을 얻으면 자기인식을 위한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렵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하더라도 상사의 말과 행동과 의사결정에 대한 생각을 상사의 면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구성원들은 리더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하기 어렵다. 솔직한 피드백이 자신의 직장생활 경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또 성공적인 경험을 가진 리더일수록 건설적인 피드백을 덜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경영학 교수인 제임스 오툴(James O'Toole)은 리더는 직원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권력이 커질수록 경청하려는 의지가 줄어든다고 말한다. 권력이 커질수록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자기인식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자신의 강점과 약점처럼 자신의 내면 세계를 모니터링하는 것을 포함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좀 더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장 성공적인 리더는 360도 평가라는 공식적 피드백 뿐만 아니라 상사, 동료, 팀원 등의 비공식적 상호 작용이나 회의장면 등을 통해 비판적 피드백을 구함으로써 자기인식의 정교함을 더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리더들은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다른 구성원들과 더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역사상 알려진 유일하고도 확실한 학습 방법은 피드백”이라고 말했다. 타인에 의한 피드백은 언제나 불편하다. 하지만 피드백이 없으면 리더십이 망가진다.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