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추천해요 : "가치 있는 것을, 가치있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01. ⟪기획자의 독서⟫를 통해서 '에디터'라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 흥미와 존경심을 동시에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편집'이라는 말이 더 대중화되고 조금은 가벼워지기도 하면서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편집 권한이 무한히 늘어난 상태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이 보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취재하고, 의뢰하고, 다듬고, 퍼플리싱 한다는 일은 마치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 식탁에 올리는 음식을 만드는 일처럼 전과정에 참여해야만 하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02. 그래서 저는 편집자에 관한 책이 나올 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읽어보는 편입니다. 편집자라는 직업 세계를 다룬 책부터 전설적인 에디터라 불리는 사람들의 편집 노하우, 때로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밀리언 셀러의 뒷이야기를 파헤친 작품들도 있었죠. 그리고 최근에는 이 ⟪에디터의 일⟫이라는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편집의 세계에 흠뻑 마음을 담그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인 편애가 있는 분야긴 하지만 누가 읽어도 쉽고 재미있게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커리어리를 통해서도 한 번 소개를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03. 이 책이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한다면 저는 '자신의 직업 세계를 명쾌하고 신선한 단어들로 정의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실 이 책은 표지에 있는 부제이자 작은 소개 글에서부터 남다름을 예고하고 있는데, 여기에 이런 표현이 나오거든요.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끝없이 질문하고 정제하고 연결한다.'
자신의 일을 너무 뻔하지도 또 너무 거창하게 설명하지도 않으면서 참신하게 핵심을 짚어주는 그 센스가 돋보이는 문장이죠. 그러니 '아 이 책 뭔가 느낌이 좋다'는 생각이 책장을 열기도 전부터 강하게 들더군요.
04. 물론 내용도, 구성도 모두 좋았습니다. 책은 일반적인 책의 절반 정도 분량이고 총 5개의 챕터가 있습니다. 에디터라는 사람이 어떤 지점에서 '이것을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사로잡히는지를 설명하기 시작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어떤 차별화를 이끌어내야 하고, 무엇보다 작금의 시대에서 '읽는 행위'라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는데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고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래서 '에디터는 크리에이터다'라고 시작하는 프롤로그와 '이것은 에디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끝나는 에필로그가 정말 잘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05. 저는 편집자가 아니지만 저에게 편집이라는 행위는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자신이 주목한 가치를 다른 사람 또한 주목할 수 있도록 관점의 설득을 일으키려는 노력'이라고 말입니다. 언뜻 어렵게 들릴지 모르지만 풀어서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먼저 '와 이거 너무 좋다. 다른 사람도 이거 좀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대상이나 가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거 진짜 좋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죠. 그러니 어떤 수를 써서든 그 가치를 잘 이야기해 줄 화자를 찾아야 하고, 그 사람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고, 무엇을 담고 무엇을 뺄지를 선택한 다음, 어떤 방식으로 말을 시작해 어떤 임팩트로 끝을 맺을 것인지 기획을 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편집의 과정이자 이 전반에 뛰어드는 것이 바로 편집자의 역할인 것이죠.
06. 그래서 저는 편집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가치 있는 것을 가치있게 전달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이자 '나의 이야기와 남의 이야기 모두를 책임지는' 자세를 배우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어쩌면 이런 태도는 굳이 편집자가 아니더라도 1인 콘텐츠 빅뱅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하물며 여전히 좋은 글에 대한 애착이 많고, 또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이 탄생하나'라는 그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만나기에도 더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07. 대학생 (혹은 대학원생) 분들이라면 이미 방학이 시작되었을 테고 직장인 분들이라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서서히 다가오는 시점일 것 같은데요, 요즘이야 계곡 바위에 누워서도 유튜브를 보고 모래사장에 목만 내놓고도 유튜브를 보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 짬을 내 이런 책 한 권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도 싶네요. 때로는 다른 사람의 직업 세계를 통해서 내가 일하는 세계에 대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그리고 이런 가벼운 책은 방학이나 휴가철에 읽기 참 좋은 것도 같으니까요)